플라스틱 분해 미생물을 쉽고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 키트가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오동엽·신기영 연구원팀이 관련 스크리닝 키트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키트를 활용하면 1주일 안에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을 찾아낼 수 있다.
기존에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들을 찾으려면 플라스틱 조각을 흙이나 강, 바다에 놓고 썩을 조짐이 보일 때까지 기다린 다음 썩은 부분 주위 미생물들을 채취하고 배양하는 방식을 썼다. 수년에서 수십년 시간이 걸렸다.
새로운 스크리닝 키트는 손바닥 크기 둥근 샬레다. 빈 샬레에 미생물이 살 수 있는 얇은 땅(배지)을 깐다. 그 위에 플라스틱을 녹인 용액을 스프레이로 뿌려 마이크로미터(㎛) 사이즈로 코팅한다. 이후 수많은 미생물이 사는 강물이나 해수, 흙탕물 등을 뿌리면 이 안의 특정 미생물들이 플라스틱 코팅된 부분을 먹어 치운다. 플라스틱이 없어지면 배지만 드러나 이 부분 색깔이 투명해진다. 투명해진 부분에 있는 미생물들을 도구로 조심스럽게 긁어서 채취한다.
이 모든 과정은 일주일 안에 끝난다. 직경 20㎛ 미만 사이즈로 코팅했기 때문에 표면적이 넓어 미생물이 빠르게 분해할 수 있다. 또 플라스틱을 영양분으로 삼은 미생물이 짙은 농도로 번식하고 생장하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추출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필름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하수 처리장 및 토양으로부터 3일 이내에 추출해 냈다. 추출 미생물을 배양한 곳에 가로세로 1㎝ 면적, 100㎛ 두께 필름을 넣으면 2주 안에 분해되는 것을 확인했다.
향후 연구팀은 이 키트를 활용해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균주를 다양하게 확보하고 대량생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미생물들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지 등을 연구해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 기술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오동엽 박사는 “플라스틱 자연 분해는 당장 상용화되기 어렵지만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어 향후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이 키트가 상용화되면 국내 연구실들이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을 빠르고 쉽게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