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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이 디지털전환의 중요성을 체감한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기계학습 등 신기술 활용 측면에서 디지털 격차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는 곧 새로운 비즈니스 시대 디지털 전략을 더욱 적극 전개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정부도 기업의 디지털전환을 위해 관련 사업에 1조3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투자하고 연구개발(R&D)을 장려하는 등 전문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반면 여전히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인 기업도 눈에 띈다. 이들은 디지털전환의 중요성은 인지하지만 예산 부족, 비전 불확실, 전문성 결여, 임원진 결단력 부족 등 여러 이유로 이의 수행에는 주저한다. 디지털전환이라는 버스에 올라탔지만 버스가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는 상태에 있는 것과 같다.

이들의 현 실정을 들여다보면 보통 한 곳에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놓고 또 다른 곳에 클라우드 테스트 환경을 구축해 놓은 경우가 많다. 혁신 기능이 탑재된 전자 상거래 플랫폼에 가입해 놓고 막상 이를 재고 관리나 발주 시스템과 통합해서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주요 구축형(온프레미스) 앱을 클라우드 인프라로 옮겨 보지만 서버리스 컴퓨팅이나 컨테이너화, 자동 확장과 같은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업이 '디지털전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과제의 결과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비즈니스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된 접근보다는 별개로 구동되는 일회성 프로젝트를 한데 모아 놓은 것뿐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이런 식의 디지털전환은 결국 기업이 기존에 사용하던 구축형 시스템보다 나을 것이 없다. 디지털전환은 기업 내 프로젝트 단위를 넘어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관점에서 시행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선진 트렌드를 답습하는 디지털 팔로워로 머물러 있어도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디지털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업은 취약점이 속속 드러나게 될 것이다. 특히 항공사, 숙박업, 요식업,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헬스장, 교육산업 등 억눌린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는 업계에서 이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본다.

현재 기업에는 확장성 있는 통합된 디지털 기반이 절실하다. 모든 기업은 지금도 늦었다는 긴박감으로 디지털 전략을 세워야 한다. 금융서비스 업계가 좋은 선례로, 주요 기업은 지금 디지털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는 물론 디지털 전문 핀테크 회사와의 협력도 시작하고 있다. 금융기관 관리자임에도 디지털전환 투자 전략이 낯설게 다가온다면 변화의 흐름에 이미 뒤처졌다고 봐야 한다.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적 진보를 이룬 금융회사들은 방대한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고객의 경험과 감정을 측정하고 거래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고객별 맞춤 솔루션을 더욱 정교하게 구상하는 것은 물론 최신 고객과의 실시간 상담을 지원하며, 심각한 보안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부정 행위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예로 통신 서비스·인프라 제공 회사 바르티 에어텔 그룹은 디지털전환을 전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대표 기업이다. 고객 비즈니스 앱에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 클라우드 기반의 응용프로그래밍개발환경(API) 제품군을 지원하며,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사물인터넷(IoT) 앱을 개발하는 기업 컨소시엄도 이끈다.

큰 변화를 요구하는 혁신은 한 번 때를 놓치면 따라잡기 어렵다. 이미 업계를 막론하고 디지털전환이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은 만큼 이제라도 선도적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음으로써 직접 디지털전환 선도자로 우뚝 설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 같은 시도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이라는 고속도로를 타고 비즈니스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하도록 해 줄 것이다.

가렛 일그 오라클 아태지역 총괄 사장 garrett.ilg@orac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