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가면 안 되잖아요.” 대통령의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공무원은 몸을 사린다. 각종 근거를 만들고 문제의 소지를 찾는데 온 신경이 쏠렸다. 한 부처의 간판 사업을 맡은 공무원의 꾸밈없는 대답이다. 정권마다 희생양이 된 선배 공직자들을 생각한 듯하다.

특정 부처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각 부처의 간판 사업을 맡은 담당자라면 하나같이 똑같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공약으로 내세운 대규모 사업이나 한국판 뉴딜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고민은 비슷하다.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말년이라는 것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극복에 마지막까지 사명을 다할 책임이 있으니 국회도 도와달라는 이야기였다. 정부가 말년을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야 할 위기의 시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무원이 느끼는 '말년'은 다르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말년답지 않게 일은 많지만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누가 됐든 다음 정부에서 색안경을 끼고 볼 만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적극 행정'을 강조하던 때와는 180도 달라졌다. 이미 공직사회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하다.

공무원의 보신주의만을 탓할 수는 없다. 정부가 바뀌면 전 정부가 추진한 사업의 취지를 파악하기보다 전 정부 색깔 지우기부터 시작한다.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거나 민간과 함께하는 사업이라면 정 맞기 십상이다. 백년지계라는 교육 정책도, 수년 동안 기초를 다져야 할 도시 건설 정책도 바뀌기도 한다.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힘을 뺄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백년지계가 되는 중장기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지속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색안경을 쓰고 정책 사업을 바라보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단기 정책으로 성장을 유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직사회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사회는 불가능한 것일까. 정치는 사회 운영과 변화를 주도하는 근본적인 일이지만 정책이 정치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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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