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시장이 여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벤처투자는 경쟁력 있는 기업을 창업 초기 단계부터 발굴해 규모 있는 혁신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련의 투자 과정을 의미합니다.
벤처투자를 전문으로 수행하는 벤처캐피털(VC)은 20세기 초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미국 실리콘밸리는 세계 벤처투자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 역시 실리콘밸리에서 널리 활용되는 다양한 투자 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정부가 붙인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에 도입을 앞두고 있는 대표적인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실리콘밸리에서 VC는 어떻게 처음 생겼나요.
A: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VC가 처음 탄생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바네바 부시 미국 카네기 재단 이사장과 조지 도리오 하버드 경영대학원장 등 기업 및 대학지도자 등이 보스턴에 설립한 ARD(American Reasearch and Development)가 최초의 VC로 꼽힙니다. ARD는 주로 MIT에서 설립한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초기 VC는 산업으로까지 성공하진 못했습니다. 1950년대 들어 새로운 VC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소련의 스푸트닉 발사로 촉발된 우주 경쟁은 자연스레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 수요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이 기간 아놀드 벡맨이 팔로알토에 있는 스타트업 쇼클리반도체에 투자한 것은 실리콘밸리의 발전에 큰 획은 그은 사건으로 꼽힙니다. 쇼클리에서 분사한 페어차일드 반도체는 매우 큰 성공을 거두며 급성장했고, 이 회사 출신 기술자들은 연이은 VC 창업에 나섰습니다. 페어차일드는 당시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것 역시 새로운 경제 모델의 대표 사례로 꼽히게 됩니다.
이후 1970~1980년대를 거쳐 VC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고, 1980년대에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이 등장하는 등 점차 외연을 넓히게 됩니다.
Q: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정부가 이번에 새롭게 도입하는 제도로는 크게 △투자조건부 융자계약 △조건부 지분전환계약 등이 있습니다.
먼저 투자조건부 융자계약 제도는 쉽게 말해 은행에 빌린 돈을 향후 추가 투자받은 돈으로 갚는 것을 의미합니다. 후속 투자금으로 융자를 상환하는 동시에 돈을 빌려준 은행에는 기업의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입니다.
당장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기업 입장에서는 민간 투자자의 신뢰를 보증 삼아 투자금을 구하는 셈입니다. 돈을 빌려주는 은행 입장에서도 투자자가 기업을 믿고 투자한 만큼 주식과 함께 후속 투자금으로 상환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추가투자가 이뤄질 경우 주식의 가치도 덩달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기업과 은행에 모두 유리한 제도로 꼽힙니다.
미국에서는 2017년 기준으로 전체 벤처투자의 15% 수준인 126억3000만달러가량을 투자조건부 융자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스타트업 비중도 약 2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미국에서는 통상 빌려간 돈의 1~2% 수준에서 새로운 주식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창업자가 기업을 지속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은행이 너무 많은 지분을 가져가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돈을 빌려줄 은행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를 두고 추가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그리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이 대표 융자 실행 기관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Q:또 다른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은 무엇이 있나요.
A:조건부 지분전환계약(컨버터블 노트)이라는 투자 방식도 새롭게 도입됩니다. 말 그대로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지분으로 바꿀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특정 조건은 흔히 계약 기간 이내에 후속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서 도입된 조건부 지분인수계약(SAFE)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SAFE는 지분 인수를 조건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SAFE는 아직 기업가치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투자는 하되 가치는 정하지 않는다에 가까운 반면에, 조건부 지분전환계약은 돈을 빌려주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조건부 지분전환계약의 경우 조건에 따라 달리 정해지는 것은 채권방식의 투자를 지분방식 투자로 바꿀 때 전환비율인 만큼 투자자에게는 SAFE에 비해 크게 불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실리콘밸리에서는 조건부 지분전환계약에 비해 SAFE를 좀 더 기업 친화적인 방식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실제 등장 시점도 SAFE가 더 늦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SAFE가 쉽게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과 기관투자자가 SAFE 방식 투자를 꺼린다는 점 등으로 인해 뒤늦게 도입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도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 도입과 함께 몇 가지 사소한 변화도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 제도 도입을 담은 법안에는 VC를 흔히 일컫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를 '중소기업벤처투자회사'로 바꾸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흔히 창업투자회사를 줄여 '창투사'로 표현하던 관행도 이제는 벤처투자회사 등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련도서]
◇『OKR』 존 도어 지음, 박세연 옮김, 세종서적 펴냄.
실리콘밸리의 성공방식 OKR를 전파한 인물인 존 도어가 쓴 책이다. OKR를 전파한 저자가 구글, 유튜브, 어도비 등 기업 사례부터 비영리재단, 사회운동까지 구체적 사례를 담았다. 시행 착오를 줄이기 위한 매뉴얼과 함께 세계적인 기업의 OKR 적용담을 만나볼 수 있다.
OKR은 목표(O), 핵심결과(KR)의 약자다. 회사와 팀, 개인이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경영 방법론으로 꼽힌다. 벤처투자자가 바라보는 시각을 느껴볼 수 있다.
◇『혁신의 후원자 벤처캐피털』 권오상 지음, 클라우드나인 펴냄.
벤처캐피털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의 공동창업자이자 공동대표인 권오상 대표가 쓴 책이다. 벤처캐피털의 정의부터 기존 금융과의 차이점 유래와 역사 등을 두루 다루고 있다. 실리콘밸리 생태계와 다른 국내 벤처캐피털 생태계, 스타트업이 벤처투자자를 만날 때 갖춰야 할 생각 등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