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때 1인 이상 사업장도 임금명세서를 교부하도록 의무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5월 18일 공포됐다. 개정안 시행은 6개월 뒤인 오는 11월 19일부터다. 지금까지 급여통장으로 이체만 해 온 관행에 더해 매월 △성명 △임금지급일 △임금총액 △총 근로시간 수 등 정보가 포함된 임금명세서를 교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국세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근로복지공단·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국민연금관리공단 등 4대 보험공단이 소득 정보를 공유하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7월 1일부터는 4대 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 연동된다. 공단은 4대 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보험 강제 가입과 보험료 추징을 할 수 있게 됐다.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 추진에 따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이처럼 노동관계법 및 4대 보험 가입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규모 사업장,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은 노무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재 소기업 및 소상공인, 보험설계사·신용카드모집인·택배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합친 규모는 약 66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은 대기업과 달리 노무관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시스템을 지원받지 못한다. 사업주 역시 이를 면밀하게 신경 쓰지 못하고 있어 고용주와 근로자 양측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정보기술(IT) 선진국임에도 소규모 사업장에 노무관리를 지원하는 인프라가 부족하다. 세무회계 분야는 IT 기반의 프로그램이 구축돼 있지만 노무관리 분야 프로그램은 단순히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근태관리와 급여계산, 4대 보험료 계산, 원천세 계산 등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규모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근태관리 앱 및 프로그램을 제공하더라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IT 기반 노무관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노무관리 업무를 위탁해서 관리할 수 있으면서도 국내 현실에 맞는 시스템이 동시에 구축돼야 한다. 사업장은 다양한 업종과 근로 형태, 근로시간, 임금체계 등이 다르다. 이를 감안한 시스템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소규모 사업장의 노무관리 시스템이 구축되는 경우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사업주는 노무관리 관련 업무 부담을 줄이고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다. 둘째 정부 입장에서는 노무관리 분쟁이 감소함으로써 노동행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셋째 효율적인 4대 보험관리로 공단 보험료의 재정 건전성 제고와 함께 행정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등과 같이 IT 기반으로 인사노무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이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이를 고려할 때 국내에도 사업장의 노무관리 특수성을 고려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소규모 사업장의 효율적인 노무관리 지원은 물론 향후 다양한 사업으로의 확장도 가능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 노무관리 전문가와 IT 회사 및 정부 간 협업을 통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대기업은 물론 특수형태근로노동자의 활동 비중이 높은 배달 플랫폼 기업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도 사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안의 중요성이 확대됨에 따라 소규모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노무관리 지원 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이금규 노무법인씨앤비 대표 nomusa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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