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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제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방사선을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방사선의학이 주목받고 있다. 방사선의학 내에서도 특히 방사성의약품 분야가 가파른 성장세에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최근에는 다국적 제약회사 바이엘(Bayer AG)이 방사성의약품 개발 기업 노리아 테라퓨틱스(Noria Therapeutics)를 인수하며 관련 분야에서 입지를 더욱 확대했다. 방사성의약품은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가 포함된 화합물로,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는 과정에서 방출하는 방사선 입자의 고유한 성질을 이용한다. 암을 직접 치료하거나 인체 내부 장기를 진단하는 등 진단과 치료 두 가지 측면에서 환자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사성의약품 사용 역사는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의대에서 미국 제약사 애벗으로부터 수입한 요오드-131을 이용해 갑상샘중독증 환자를 치료한 이후 국산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에 대한 요구가 생겨났다. 이후 국내 방사성의약품 기술은 수많은 연구개발(R&D)을 거듭하며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원자로 하나로, 원자력연 및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사이클로트론 설비를 통해 다양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미국 에너지부(DOE; Department of Energy)의 의료용 동위원소 공급체계를 벤치마킹해 전국 4대 권역(수도권, 중부권, 서남권, 동남권)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공급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원자력연은 정부 계획에 발맞춰 경주 분원인 양성자과학연구단의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시설을 동남권 의료용 동위원소 공급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을 수립했다. 오는 2025년까지 총 5년 동안 46억2000만원을 투입해 의료용 동위원소 게르마늄-68과 구리-67을 각각 연간 1.6퀴리(Ci, 동위원소 양을 표시하는 단위), 2.0Ci 등 대량 생산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게르마늄-68은 국내 16개 병원에서 진단용, 구리-67은 15개 연구기관에서 임상연구용으로 각각 활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게르마늄-68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진단에 쓰이는 대표 핵종으로, 현재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품귀현상이 나타나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어 국내 생산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구리-67은 암 치료에 적합한 반감기(2.5일)를 띠는 것이 특징으로, 미국·유럽에서는 이를 이용한 암 치료제 임상시험이 활발하다. 국내에서 구리-67의 본격 생산이 이뤄지면 국내 연구용 물량 수급 부족 문제 해소는 물론 의료용 동위원소를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원자력연 경주 분원이 보유한 100MeV급 양성자가속기를 활용한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연구시설은 국내 최초로 다중표적을 이용해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핵종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50MeV 이하 사이클로트론 기반의 의료용 동위원소와 함께 100MeV 대역 고에너지 영역 의료용 동위원소까지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현재 수입하고 있는 양성자가속기 기반 의료용 동위원소 핵종 모두를 국산화할 수 있다. 향후 부산 기장군 지역에 건설될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 전용 연구용원자로(기장로)와 연계해 방사성의약품 생산공급 체계를 확고히 구축함으로써 동남권을 넘어 우리나라 의료용 동위원소 산업 메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조원제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wonje59@kae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