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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6일 미국 백악관 건물 남동쪽 부분에 소형 물체가 날아와 충돌했다. 직경 약 61㎝ 크기로 네 개 프로펠러가 달린 드론이었다. 조종 실수로 인한 단순 사고로 밝혀졌지만 백악관이 드론 공격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같은 해 4월 일본 총리 관저에 방사성 물질이 탑재된 소형 드론이 추락했고, 2016년엔 영국 히드로공항에서 착륙 여객기와 드론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동쪽에 위치한 대규모 유전은 드론 10여대 공격을 받아 파손됐고, 지난해 우리나라 인천국제공항에 불법 드론이 침입해 항공기 다섯 대가 회항했다.

드론이 상업용에서 군사용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핵심 산업 기술로 부상하면서 테러 등 불법행위에 쓰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 비대칭 무기라는 장점 때문에 타격용 테러에 주로 활용되고 불법 드론으로 인한 공항 피해도 증가 추세다.

'안티 드론'은 불법 드론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전략 기술로 주목받는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이 발행한 기술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안티 드론을 전략 기술로 지정, 법·제도 개선을 통해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섰다.

안티 드론은 드론으로 인해 야기되는 범죄나 테러를 차단하기 위해 불법 드론을 탐지하고 식별, 무력화하는 시스템 일체다.

탐지는 전파를 방사해 반사파 도달 시간, 안테나 지향 특성 등을 분석해 드론 위치를 탐지하는 것을 말한다.

레이더, 드론과 조종자 간 통신 주파수를 통해 신호를 분석, 드론 위치를 탐지하는 무선주파수(RF) 스캐너, 직접 촬영 및 모터·엔진 등 드론에서 배출되는 열원을 적외선 카메라로 탐지하는 광학 기술이 요소 기술로 적용된다.

식별은 비행 중인 드론의 조종자를 파악하는 기술로 육안 식별과 전자 식별로 구분된다. 전자 식별은 통신거리 범위에서 비행 중인 드론에 대해 드론 식별번호(DIN) 또는 조종자식별번호 등을 전자·원격 식별하는 방법이다.

무력화는 물리적으로 격추 또는 포획하는 '하드 킬'과 재밍·스푸핑을 이용해 비행불능 상태로 만드는 '소프트 킬' 기술이 핵심이다.

하드 킬은 쿼드콥터형 드론을 포획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으로 그물을 발사하거나 검독수리 등 맹금류를 조련해 드론을 포획한다. 테러·군사 도발 드론에 맞서 대공포나 미사일 시스템을 응용·개조해 요격하는 방식도 포함된다. 고에너지 레이저 집광으로 드론을 녹여 파괴하거나 RF, 전자기 펄스(EMP)로 드론 내 전자 부품을 무력화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소프트 킬 기술은 RF 스캐너를 통해 드론이 사용하는 주파수를 파악, 사용 통신신호보다 더 강한 세기로 주파수 전파를 발사해 드론과 조종사 간 통신을 무력화하는 기술이다. 위성항법재밍, 스푸핑은 대부분 상업용 드론이 사용하는 위성항법(GNSS) 주파수를 교란하거나 가짜 위성항법 신호를 발사해 드론을 나포하거나 항로에서 이탈시킨다.

주요시설 지역을 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불법 드론 비행이 불가하도록 설정하는 지오펜싱은 위성항법을 활용한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방산기업은 기존 방공시스템을 개선해 군사 용도로 탐지·식별·무력화 통합 안티 드론 시스템을 개발, 공항·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주요 시설용으로 출시하고 있다.

드론과 안티 드론 기술은 경쟁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불법 드론을 막는 안티 드론 기술을 개발하면 이를 뛰어넘는 드론이 개발된다.

KISTEP은 드론의 지능화군집화 등 발전에 따라 불법행위 종류가 증가하고 강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불법 드론이 물리적 영역을 넘어 사이버 영역까지 새롭게 확장, 위협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율비행 군집드론과 드론을 활용한 사이버 영역 위협에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부족하기 때문에 복합·지능적 안티 드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앞서 연구된 기초·응용연구 성과를 활용해 기술창업을 유도하고 기업에 기술이전을 돕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연구소의 기술을 상용화국산화해 국내외 시장개척을 유도하고 국방·비국방 안티 드론 시스템 모두 국가 안보가 목적이므로 안티 드론 체계 검증을 위해 군 시험 평가장을 개방하고 안티 드론 시험평가를 위한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드론 유형에 따라 국가 드론교통관제체계(UTM)와 통신이 가능한 전자식별 체계를 의무화하고 불법 드론 적발 관련 행정절차는 통합, 간소화하는 것도 과제로 제시했다.

임승혁 KISTEP 투자기획조정센터 부연구위원은 “안티 드론 시스템 구축은 불법 드론으로부터 국가 주요시설을 방호하기 위해 필수적이므로 안티 드론 기술사용을 폭넓게 허가하되 요격 기준 및 2차 피해 보상 등법제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