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텔이 반도체 투자 보조금 유치를 위해 로비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월 조 바이든 행정부 관리와 만나 백악관 근처에서 루프톱 연회를 열었으며, 이보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을 상대로 팹 건설 제안을 브리핑했다고 보도했다. 겔싱어 CEO는 또 올해 안에 유럽을 여러 번 더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인텔 수장이 된 겔싱어 CEO가 취임 후 내놓은 메시지는 일관된다. '인텔이 더 많은 반도체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제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텔이 반도체 부족과 제조 불균형 해소에 앞장설 테니 보조금을 지원해 달라는 논리다. 겔싱어 CEO는 종합반도체(IDM)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IDM 2.0 전략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유럽에 파운드리 공장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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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DM 2.0 행사에서 팻 겔싱어 인텔 CEO는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천명했다.

인텔 주장의 이면에는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아시아 반도체 업체에 대한 견제도 함의된 것으로 보인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과 아시아 편중, 불균형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미국 정부에 미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 기업을 도와줘선 안 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미국 당국과 보조금을 협상하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인텔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기업이 자사 이익이나 특정 목적을 위해 의사결정권자 또는 다수 여론을 설득하는 건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인텔은 CEO가 직접 나서서 자국만이 아닌 세계 각국을 상대로 행동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부담이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국내 산업계와 정부는 글로벌로 전개되는 반도체 경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