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벽 높다는 것 잘 알고 있어
민폐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2홀 정도 드라이빙 아이언으로 티샷
성적 부담 덜해 공격적 플레이 예고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겠습니다.”
프로야구에서 투수로 활약한 윤석민 선수가 2일 개막하는 비즈플레이-전자신문 오픈에서 KPGA 데뷔전을 가진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버 샷, 로우 핸디캡 등 프로 골퍼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춘 그가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지 기대감이 높다. 윤석민의 베스트스코어는 3언더다.
윤석민은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들이 나오는 대회이기 때문에 프로의 벽이 높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 “민폐를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적인 목표를 2라운드 싱글 스코어 기록으로 최하위를 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부 투어 대회의 세팅을 접할 기회가 없었고 야디지북 사용 등 낯선 환경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다.
윤석민은 “워낙에 투어 선수들을 좋아하고 존경 한다”면서 “이렇게 공식적인 대회에서 그들과 같이 걸으며 플레이 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거듭 강조했다.

겸손한 자세지만 사실 윤석민은 야구 선수를 은퇴한 뒤 꾸준하게 프로골퍼의 문을 두드려 온 실력자다. 이번 대회에서도 “아직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성적에 대한 부담이 덜해)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생각”이라면서 “보시는 분들도 그런 장면을 원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대회를 하루 앞두고 윤석민과 연습라운드를 같이 한 김비오 선수는 “아마추어 수준의 거의 끝에 온 실력자”라고 평가했다. 김비오는 “윤석민의 롱 게임은 프로 못지않다”면서 “숏 게임과 그린플레이에 신경을 쓰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석민은 야구 선수 시절 대부분을 광주를 근거지로 한 기아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해피니스CC는 윤석민에게 낯선 곳이 아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위해 2번 드라이빙 아이언을 준비했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 시키는 것이 우선 목표다. 4번과 5번 아이언은 쉬운 난도의 캐비티백, 6번부터는 머슬백 아이언을 쓴다.
윤석민은 “2번 드라이빙 아이언은 전장이 짧은 2부 투어에 도전할 때 애용하던 클럽”이라면서 “이번 대회에서도 2홀 정도는 전략적으로 드라이빙 아이언을 사용해 티샷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로 정점에 올랐던 윤석민은 골프를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한 스포츠”라고 정의했다. 팀으로 경기하는 야구와 달리 혼자 플레이하는 골프는 개인이 통제해야 하는 요소가 더 많다는 이야기다.
윤석민은 “골프는 스핀이 조금만 잘못 먹거나 드라이버가 1도만 열려도 공이 코스를 벗어나는 범위가 크다”면서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골프에 계속 도전하는 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윤석민의 캐디로 참가한 최충만 프로는 윤성민의 장점을 '멘털'로 꼽았다. 최 프로는 “많은 운동선수를 봐 왔지만 윤석민의 멘털은 톱클래스”라면서 “상황 파악 속도와 판단도 정말 빠른데 이런 부분은 골프 선수로서 굉장한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최 프로는 “석민 형이 이번 대회에 나가게 됐을 때 '우승한다는 마음으로 나가라'고 조언했다”면서 “석민 형의 실력을 보면 예선 통과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이번 대회 참가를 기점으로 '프로골퍼'라는 막연한 꿈을 구체화 했다.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작은 성과라도 달성할 생각이다.
윤석민은 “야구를 하면서 정점에 올랐을 때 그만 두고 싶었다”면서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야구선수로서 마지막 4~5년은 너무 힘들었고 은퇴하게 되었을 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골프로 힘들었던 시절 위로를 받았고 또 다른 성과를 위해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윤석민은 “현실적으로 투어프로가 되기는 힘들더라도 계속해서 프로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면서 “세미프로 자격 정도는 갖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나주=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