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Fan). 1965년 비틀스가 영국 버킹엄궁을 방문했다. 소식을 들은 팬들이 버킹엄궁으로 몰려든다. 당시 사진 가운데 하나엔 팬들을 막고 있는 세 경관이 등장한다. 몰려든 팬들을 막으려 팔을 펼치고 발에 잔뜩 힘을 주고 버티고 섰다. 경관 모자는 비스듬히 흘러내렸고, 턱끈은 겨우 걸쳐 있다.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누구는 웃는 표정으로, 누구는 우는 듯 비틀스를 연호하고 있다.

비즈니스의 목적은 고객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다름 아니라 피터 드러커 교수의 말이다. 1954년에 출간된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의 한 구절이다.

이렇게 따지면 거의 60년 된 경구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은 여전히 이 조언 앞에서 고군분투한다. 물론 세상이 변했고, 고객의 생각과 행동도 바뀌었다. 그렇다고 이 격언의 정수만큼은 한 점 바뀐 것이 아닐 터다. 이것 없이 기업은 번영하고 생존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목표는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기업은 매일 수익과 고객의 가치 앞에서 방황한다. 소비자는 원하지 않는 제안 앞에서 갈등하고 지쳐 간다. 우리는 드러커 교수가 상상하던 모습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기업이 이 명제를 모를 리도 없다. 여기 한 가지 가설이 있다. 바로 고객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근시안 탓이라는 것이다. 기업은 자신의 수익 공식에서 고객 충성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고객의 가치를 알지 못한 채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셈이 된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기업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우선 이들은 고객 충성도 가치를 측정하고 실현하기 위해 투자한다. 그리고 고객의 눈으로 제안을 디자인하고, 이것을 위해 기꺼이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다. 이와 함께 고객 문제 해결 중심으로 조직하고, 고객지향 약속을 보이는 리더십이 있었다.

베인앤드컴퍼니의 롭 마키 경영 자문은 다음과 같은 사례로 설명한다. 고객센터에 걸려 온 전화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요”라고 천편일률로 묻기 전에 과거 기록과 구입 내역을 바탕으로 그럴만한 부서로 바로 연결되게 했다. 이 과정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꺼이 접목했다.

한 기업엔 매번 작은 패키지가 찌그러지는 문제가 있었다. 문제는 무거운 대형 화물과 함께 싣는 게 문제였다. 판매부서는 대형 제품에 더 높은 배달료를 부과하기 싫었고, 운송부서는 대형 품목의 별도 운송을 비용 탓으로 돌렸고, 고객부서는 걸려 오는 보상 요구에 무조건 우리 잘못은 아니라고 했다. 고객의 절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서야 겨우 풀릴 문제였다.

누군가는 기업이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목적 아니냐고 반문한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이것이 고객 만족을 기업의 본질에서 빼놓고 행동하라는 것은 아니지 않겠나. 더욱이 주주 가치 보호라는 명제가 고객 가치를 등한히 하라거나 이것보다 앞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지 생각하라는 조언은 흔하다. 반면에 고객이 내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따져 보라는 조언은 생경하다. 그러나 혹시 이것이 진정 고객과 동행하기 위한 첫걸음은 아닐까.

문득 누군가 말한 수십 년을 버텨 낸, 오래된 점포들의 공통점이 떠오른다.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

Photo Image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