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이 초임계 유체에서 장시간 지속되는 비평형 상분리 현상을 관측했다. 금성이나 목성과 같은 행성 대기, 화산 폭발, 지구 지각 내부에 존재하는 유체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초임계 유체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윤건수 물리학과·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연구소(MPK)·물리학과 김동언 교수 공동연구팀이 수 시간 지속되는 초임계 유체의 비평형 상분리 현상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상분리 경계면에서 입자 수송 모델을 통해 장시간 지속되는 상분리 현상을 설명하고, 이 과정에서 나노 입자의 역할도 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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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계 유체에서 장시간 지속되는 비평형 상분리 현상을 관측한 연구진.왼쪽 뒷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동언 교수, 이주호 학생, 윤건수 교수, 이승택 학생

유체의 온도와 압력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액체와 기체의 경계가 사라지고, 더 이상 상태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단상의 초임계 유체로 존재한다는 점은 과학 상식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초임계 유체는 온도와 압력 조건에 따라 액체 또는 기체의 특성을 가질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이후 다양한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초임계 유체 영역 내에 다수의 상태가 존재함이 지속적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동일한 온도와 압력 지점에서 단상이 아닌 다수의 상이 공존하는 상태, 즉 일반적인 액체와 기체가 상분리돼 공존하는 것과 유사한 상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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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계 유체에서 부유하는 액적 표면에서 입자의 수송 현상은 원자 단위가 아니라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 덩어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공동연구팀은 반복적인 압축과 팽창 방식으로 작동하는 승압 장치를 사용해 초임계 아르곤 유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단열팽창 냉각으로 형성된 다량의 아르곤 액적이 액체의 특성을 유지하며 기체에 가까운 초임계 유체 배경과 공존하는 상태를 구현했다. 이러한 두 개 상이 분리된 채로 공존하는 상태는 장시간 지속되는데, 공동연구팀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전통적인 증발 모델을 개량한 나노 입자 단위의 물질 수송 모델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비평형 초임계 유체에서의 상분리 현상은 열용량, 열전도도, 점성과 같은 물리, 화학적인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산업에 활용되고 있는 초임계 유체 공정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또 미개척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초임계 유체의 비평형 상분리 현상을 최초로 규명하면서 연계 연구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건수 교수는 “비평형 초임계 유체에 대한 연구는 산업 공정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초임계 유체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실험 결과를 넘어서 비평형 상분리 초임계 유체를 이론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및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연구소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