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의 특허 발명자성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 논란은 2018년 10월 스티븐 탈러 박사로부터 시작된다. 탈러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AI 다부스(DABUS)를 자신과 상관없이 발명했다고 주장하면서 다부스 이름으로 발명자를 기재, 유럽 특허청(EPO)과 영국 특허청(UKIPO)에 특허를 출원했다.
참고로 다부스는 AI로, 다중신경망을 연결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한 다음 그 아이디어 효과를 계산해 내는 시스템이다. 이와 함께 특허출원 시 발명자·출원인 기재는 구별해야 하는데 탈러 박사는 다부스가 출원인 또는 특허권자가 되는 것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발명자로 인정되는 것을 주장할 뿐이고, 다부스 소유자인 자신이 특허 권리의 승계인인 관계 때문에 자신을 출원인으로 기재해서 출원했다.
사실 발명자로 AI가 되면 현재의 법 현실에서는 많은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특허 권리의 승계 문제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탈러 박사는 다부스를 발명자로 기재하긴 했지만 자신을 출원인으로 기재해서 출원했는데 이러한 특허 권리의 승계에 대해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법률적으로 쉽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해 탈러 박사는 자신이 다부스 소유자로서 다부스가 보유한 권리의 승계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 특허청은 다부스의 인격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승계를 통한 특허 권리의 이전 역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탈러 박사의 시도에 대해 유럽 특허청은 유럽특허협약에 근거해 발명자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영국 특허청 역시 같은 이유로 등록을 거절했다. 미국 특허청 또한 2020년 8월 22일 미국 특허법에 따르면 사람만이 발명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절했다. 탈러 박사는 한국 특허청에도 다부스의 발명을 출원했지만 한국 특허청도 발명자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이유로 보정을 명한 상태다.
그런데 몇 나라에서 다부스의 발명자성을 인정한 사례가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특허청은 다부스에 특허를 부여했고, 호주 연방법원은 2021년 8월 2일 AI도 발명자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남아공 특허청은 실체 심사를 하지 않은 법제도 때문에 이런 결정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지만 호주 특허청의 결정을 뒤집은 호주 연방법원의 판결(Thaler v Commissioner of Patents [2021] FCA 879) 의미는 남달라서 그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탈러 박사의 출원에 대해 호주 특허청은 발명자 용어 정의는 없지만 발명자 개념상 본질적으로 인간임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다부스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탈러 박사는 호주 특허법상 명시적으로 AI를 발명자에서 배제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으며, 발명자를 인간으로 한정하지 않는 것이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기술을 널리 보급하려는 특허법의 취지에 부합하며, 발명자를 뜻하는 inventor 말미에 위치한 'or' 또는 'er'의 통상적인 의미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invent 동사에 부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computer라는 단어는 종래 사람에게 사용됐지만 이제는 기계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만일 AI가 발명했는데 실제 발명을 하지 않은 사람이 발명자로 기재된다면 발명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이 보상받을 수 있는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으며, 자신은 다부스 소유자로서 동물 소유자 또는 과목 소유자가 그 새끼나 과실에 대해 소유권이 있는 것처럼 AI 시스템의 산출물에 대한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 연방법원은 탈러 박사의 손을 들어줬다. 호주 특허법은 발명자에 대해 사람으로 한정되지 않기 때문에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주 연방법원은 특허권 권리자는 사람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AI가 발명자가 되는 것과 별개로 특허권자는 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 판결에 찬성하는 견해도 있지만 특허법에서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통상의 기술자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꿔서 인간 발명자들의 특허권 확보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기술 발전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지는 추세 또는 현상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지식이나 창작 활동이 과연 사람의 전유물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 oalmephaga@minwh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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