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들이 자신의 비즈니스모델로 사회적 가치도 함께 창출할 수 있는 CSV(Creating Social Value) 중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사회 공동체와 ESG 경영을 이룰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관련분야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 등도 계획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인 '하이(HAII)', 폐기물 재활용 스타트업 '수퍼빈' 등이 지역사회 공동체와 손잡고 ESG 경영 실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이는 오는 9월부터 순천농협과 함께 알츠가드 시범서비스를 200명 대상으로 진행한다.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를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고, 고령 농협 조합원의 돌봄 및 건강복지 체계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이번 시범사업은 하이가 지난해 출시한 치매 예방을 돕는 챗봇 '새미톡'을 기반으로 한다. 성과가 좋으면 내년에 1만8000명 대상으로 본 서비스를 진행한다.
앞서 하이는 대구시교육청 및 여러 전문기관과 함께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학생들의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도 나섰다. 맞벌이 비율 증가로 아동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학교생활이 줄어들면서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하이는 아동의 자기조절력 상태를 스크리닝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이 도구를 통해 선별된 아동이 자기조절능력 향상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 '뽀미(가칭)'를 개발하기로 했다. 개발 후에는 대구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3년간 무료로 '뽀미'를 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김진우 하이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가 제약 산업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이 의료적 혜택을 차별 없이 누릴 수 있게 할 수 있는 기술이라 ESG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무궁무진하다”며 “이러한 사업을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해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폐기물 재활용 스타트업 수퍼빈은 그동안 캔, 투명페트병만을 자원 회수로봇을 이용해 수거해 왔으나 최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손잡고 충남 아산시에 폐플라스틱 배달용기를 회수하는 로봇을 설치,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로봇을 통해 배달용기를 회수하면 수퍼빈은 회수된 플라스틱 음식 배달용기를 플레이크로 가공, 부가가치 높은 소재로 만들 예정이다.
수퍼빈은 자원 순환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회·문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폐기물로 제작한 상품을 판매·전시하는 쓰레기마트와 쓰레기카페, 쓰레기미술관 등을 기획해 운영해 왔다. 8월부터는 강원도 삼척시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쓰레기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스타트업들이 자신의 비즈니스모델을 ESG 경영의 본질적인 목표 실현에 맞춰 함께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곳이 많다”며 “특히 지역 공동체와 시범사업이 성공했을 때 전국 지자체로도 확산될 수 있어 향후 이들의 성장세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