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도장방식융합기술연구센터 사업 종료로 예산지원 끊길 위기

국내 하나뿐인 도장·도료기술 산·학 협력 인프라가 세계적인 연구개발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우리나라 뿌리산업 경쟁력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도장·도료업계와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경대 도장방식융합기술연구센터(센터장 박진환, 공업화학과 교수)는 올해 말로 5년 사업 기간이 종료된다. 2단계 사업을 진행하려면 추가 예산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도장'은 선박을 비롯한 각종 완제품과 부품, 시설 기능 향상, 부식 방지를 위해 도료를 바르는 업종이다. 선박 건조공정 23%를 차지하고 자동차, 기계,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한다. 주조, 금형, 소성가공과 함께 대표 뿌리산업으로 꼽히는 표면처리산업 80% 이상은 도장이 차지하고 있다. 제품이나 시설 부식 방지와 피해 복구 시장만 전 세계적으로 1800조원에 이른다.
부경대 도장방식융합기술연구센터는 정부 뿌리기술·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에 따라 2016년 설립됐다. 산업부와 부산시 지원을 받아 현재 '극한환경 구조물 부식제어 융합기술 기반 구축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센터는 최근까지 기업과 협력해 12개 부식제어 기술을 개발, 현장에 적용했다. 도장과 도료 기술 관련 19개 시제품 개발에도 성공했다. 장비구축, 기술개발과 애로기술 해소, 인력 양성과 교육을 통해 도장·도료 기업 매출 348억원 증가, 33명 고용 창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문제는 올해로 5년 사업이 끝나고, 예산 지원이 종료된다는 것이다.
지원이 끊기면 장비 운용은 물론 기업 애로기술 해소, 개발 기술 사업화, 전문 인력 양성을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 현재 센터 주요사업은 기업 기술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자체 장비 사용료 수입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도장업계는 신소재 '그래핀 도료', 화재 방지 '대면적 소화도료', 선박 따개비 차단 '방오도료' 등 도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 연구성과가 사장될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센터 전임 연구원 13명과 학생연구원 5명의 감원도 불가피하다.
전임 연구원 가운데 상당수는 기업체, 연구기관 등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던 전문인력이다. 우리나라 도장기술 경쟁력 향상과 미래 도장산업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로 이직했다.
업계와 센터는 구축 장비의 지속적인 활용과 연구개발 성과 사업화, 도장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센터에 대한 예산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박진환 센터장은 “10여년 전 일었던 뿌리기술과 산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어느새 사라진 듯하다”면서 “센터 전문인력이 뿔뿔이 흩어질 수 있다는 것, 현재까지 개발해 온 각종 도장 관련 신기술을 완성해 상용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