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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16세기 과학혁명의 시작은 각각 별개 지식체계였던 과학과 기술의 '랑데부'에 있었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발명 공개에 대한 대가로 일정 기간 독점권을 부여해 보호하고, 그 기간이 만료되면 누구나 자유 이용이 가능한 특허시스템에 힘입은 바 크다.

지식재산(IP)은 진입장벽을 제공해 기업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경쟁 도구 역할을 한다. 동시에 인센티브 시스템을 통해 인력과 자원 및 가치사슬이 효율적으로 분배되고 투입되도록 유도하는 순기능을 담당한다. 최근 들어 IP는 개인 사유재산권에 머무르지 않고 파괴적 혁신을 유도, 산업 지형과 문화 향유 구조까지 바꾸고 국가 경쟁력과 국제무역수지를 좌우한다. IP는 산업보안과도 연계된다. 부당한 스카우트에 의한 핵심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은 국가 경쟁력에 치명적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또 IP 기반의 혁신 중소기업 창업 활성화 유도 등을 통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국정 어젠다로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된 인식을 토대로 탄생한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지재위) 출범한 지 어언 10년이 지났다. 올해는 3차 5개년 IP 기본계획이 수립되는 해이다. 그동안 지재위는 나름대로 성과를 이룬 것도 있지만 한계도 여실히 보였다. 지재위는 형식적으로 대통령 소속기관이지만 간사 역할을 하는 사무국이 국무총리 직속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되면서 위상이 격하됐다.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행정위원회로서 직제와 조직을 갖추지 못하고 파견근무 체제에 의존하다 보니 잦은 보직 변경 및 전문성 부족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 입안·추진에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예산조정 권한과 법률제정 권한이 없다 보니 기대했던 컨트롤타워 기능과 부처 간 정책조정 기능마저 사실상 상실한 상태다.

그 결과 IP 관련 각 부처에 산재한 권한 및 분절된 기능으로 발생하던 관련 부처 간 불협화음과 갈등, 발목잡기 등 고질적 문제점은 치유되지 못하고 되풀이되고 있다. 특허청과 문화관광체육부의 개혁 입법이 서로의 견제로 발목을 잡힌 사례가 다수 있다. 2014년 10월 나고야의정서 발효 이틀 뒤 국무회의를 통과한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은 부처별로 산재한 법안을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없어 시행이 미뤄지다 2019년 6월 25일 비로소 시행됐다. 인공지능(AI), 데이터 관련 정책을 비롯해 부처 간 중복보호체제, 중복지원체제, 중복적 정책 수립 등 행정력 낭비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과감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른 IP 역할 변화와 미래 신질서 형성 방향을 가늠해 보면서 IP 거버넌스의 큰 밑그림을 새롭게 그려 나갈 필요가 있다.

첫째 IP 정책은 단순히 사유재산인 지식재산 보호·활용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정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국정 어젠다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미-중 간 기술 패권 전쟁이 글로벌가치사슬(GVC) 재편을 가져오면서 주요국들의 첨단 기술 전략자산화 시도가 그 예이다. 최소한 IP 정책에 대해 국정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관심을 두고 직접 챙길 수 있도록 청와대에 '지식재산 비서관'을 둬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대통령 직속 IP집행조정관(IPEC)제도가 벤치마킹할 만하다

둘째 IP 거버넌스는 융합 환경에 적합한 체제로 변모돼야 한다.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만남 및 그 시너지효과가 확대되고 있다. 미디어아트,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산업, 대체불가토큰(NFT)과 메타버스 산업의 부상이 대표 사례이다. 이러한 다양한 융합 과정을 지원하고 확산하기 위한 새로운 추진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 정책이 하나의 컨트롤타워 아래에서의 통섭적 관리·조정이 요청된다. 분절된 IP 기능 통할과 조정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최소한 예산조정 권한과 법령제정권이 있는 정부내각(국무위원 자격)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10여년 전부터 IP 컨트롤타워로 주창된 장관급 지식재산처 설립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셋째 가칭 '지식재산정보 활용촉진법' 제정으로 데이터 경제시대에 부합한 지식재산정보 활용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특허정보 등 지식재산 데이터, 연구노트, 전통문화, 문화아카이브, 유전자원 등 국가정보자산에 대한 총체적이고 전략적 활용체제 구축을 위함이다.

디지털전환 시대에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이 랑데부하는 흐름에 부응해 IP 거버넌스 체제 재정립이야말로 지식재산 입국 실현에 소중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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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지식재산학회장>

김원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지식재산학회장 oneofkim@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