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송출수수료 제도 개편 반발
IPTV 등 유료방송사 협상력만 키워
홈쇼핑, 지난해 2조원 넘게 지불
송출수수료 부담 최대 30% 늘어
정부가 새로운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을 내놓으면서 홈쇼핑 및 유료방송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거셀 전망이다. 지난해만 2조원이 넘는 송출수수료를 지불한 홈쇼핑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수수료 산정식에 매출 증감률을 기준값에 포함시키면서 TV홈쇼핑보다 성장세가 가파른 T커머스에 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에 제시한 새로운 송출수수료 개편안은 제한적 협상과 경매 입찰방식을 혼합한 형태다. 양측 간 협상 시기를 이원화해 1차에서 송출수수료 산정식을 기준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결렬 시 2차 협상은 경매 입찰에 부치겠다는 것이다.
홈쇼핑업계는 새로운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과기정통부가 내놓은 산정식은 작년 송출수수료를 기준으로 물가상승률과 홈쇼핑 방송 및 모바일 매출 증감률을 반영해 산출값을 정한다. 이후 양측 협상을 통해 조정계수를 변동값으로 삼아 최종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우선 송출수수료 산정 대상에 모바일 매출 증감률을 포함한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방송채널에 편성된 대가로 지급하는 일종의 '자릿세' 개념이다. 방송 전파를 사용하지 않고 방송사업과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모바일 실적까지 송출수수료에 포함하는 것은 부당한 산정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번 개편안이 IPTV 등 유료방송사의 협상력만 더 키우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차 협상이 산정 공식에 따라 정해지는 상황에서, 조정계수(90~110%) 구간 협상에 따라 최종 금액이 달라진다. 홈쇼핑 입장에선 자칫 채널을 빼앗길 수 있는 경매 단계로 넘어가기엔 부담이 크다. 반면 유료방송사는 채널에 대한 최저 입찰가격이 보장된 상황에서 1차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아쉬울 게 없다. 이로 인해 공평한 채널 협상이 이뤄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TV홈쇼핑과 T커머스간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매출 변동률이 기준값으로 포함되면서 성장률이 가파른 T커머스의 송출수수료 인상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매출 성장이 둔화된 TV홈쇼핑은 상대적으로 수수료 인상이 덜할 수 있다.
또 현행 가이드라인에 따른 자율 협상이 아닌 산정식 기준으로 바뀌게 되면 1차 협상에서 협의에 성공할 경우 변수 없이 기존 채널을 지킬 수 있다. 이는 황금 채널에 자리 잡은 기존 홈쇼핑 업체 입장에선 유리하지만, 더 좋은 번호대에 진입하려는 후발 사업자 입장에선 불리한 구조다.
새로운 산정 기준에 따르면 송출수수료는 더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일부 홈쇼핑 업체가 이번 개편안에 따른 수수료 산정식을 적용해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현행보다 송출수수료 부담액이 최대 30%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TV홈쇼핑과 T커머스 12개사가 지난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2조234억원으로 사상 첫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방송사업을 통해 거둔 매출 4조6103억원에서 53.1%를 송출수수료로 지불한 셈이다. 올해도 IPTV와 송출수수료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평균 인상률이 20%대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매로 가면 채널을 지키기 위한 입찰 경쟁으로 송출수수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어 부담이 크다”면서 “결국 1차 협상에서 마무리해야 하는데 이번에 통보 받은 산정 기준에 따른다면 현재보다 더 큰 수수료를 지불하는 수밖에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