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이 지속적으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제2 벤처 붐'이 지속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제한적 허용, 복수의결권 도입 등 벤처육성을 위한 제도 기반은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유니콘을 성공적으로 상장, 인수합병(M&A) 등으로 이끌기 위한 회수 시장도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못한 단계다.
22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국내 기업가치 1조원 돌파 기업은 누적 23개다. 아직까지 회수하지 않은 15개 기업이 현재 유니콘으로 꼽힌다. 우아한형제들, CJ게임즈처럼 M&A됐거나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처럼 성공적으로 회수한 사례는 제외됐다. 나머지 하이브, 카카오게임즈, 더블유게임즈, 펄어비스, 잇츠한불 등은 유니콘기업 공식 집계 이전 국내 증시에 상장해 회수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기업가치 1조원을 넘나드는 유니콘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회수시장은 아직 활기가 덜하다. 지난 5월 미래성장기업 상장 심사 시 과거 영업 성과보다는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했지만 공모가격 산정부터 갑론을박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인 크래프톤은 지나치게 공모가를 높게 산정했다며 상장 직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공모가 산정 과정 고평가 논란 등을 불식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코너스톤 인베스터 제도를 도입한다. 기관투자자가 기업공개(IPO) 이전 추후 결정되는 공모가격으로 공모주식의 일부를 장기 투자하기로 정하고 공모주를 배정받는 방식이다.
IPO, M&A 등 최종 회수 단계 이전 중간회수시장을 활성화하는 것 역시 유니콘을 육성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벤처캐피털(VC)이 투자한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기까지는 통상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VC의 평균 투자기간은 5년 안팎이다. 투자기간 동안 기업이 성장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고, 투자자의 손바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자금공급 체계가 요구된다.
정부에서도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식 투자조건부 융자제도부터 벤처대출 도입,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운용규제 완화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9월 중에는 △개인·법인 등 민간 유동성의 투자 시장 유인 △회수시장 활성화 △창업·벤처생태계 우수인력 유입 등을 핵심으로 한 벤처생태계 보완 방안 역시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벤처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스케일업, 글로벌화를 위한 정책 목적의 자금 투입이 보다 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외국계 VC와 유니콘 발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적시에 대규모 자금 공급이 필요해서다. 유망 유니콘 기업과 국내 VC가 동반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펀드 역시 요구되고 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