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035년 촉박해진 내연기관차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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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일까 기회일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제안했다. 계획에는 EU 27개 회원국에서 휘발유와 경유 신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실화하면 2035년부터 EU 내 신차의 탄소 배출량은 0이 돼야 한다.

국내외 자동차 업계는 EU 감축 계획이 미칠 파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예견된 순서이지만 내연기관차 퇴출 속도가 가혹할 정도로 빠르다. 이런 변화는 완성차와 배터리, 부품 업체를 보유한 우리나라 산업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된다.

현대차그룹에는 내연기관차 시대에 후발주자로서 경쟁자들을 추격하던 지난날과 달리 시장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퍼스트 무버로 거듭날 절호의 기회다. 2040년까지 전동화 라인업 구축 등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목표 달성을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현지 공장 내 전동화 모델 생산 비중을 늘리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기술력과 물리적 시간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업체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소 자동차 부품사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100대 자동차 부품사 순위에 포함된 우리나라 업체는 9개사에 불과하다. 전기차 부품 수는 내연기관차보다 40% 적지만 중소 부품사 대다수는 개발 자금,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미래차로의 전환에 손을 놓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완성차와 부품사의 협력 생태계가 잘 구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품 수가 적어지고 기술이 고도화될 앞으로는 일부 대기업 수혜만으로는 안정적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중소 부품사에 대한 적극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자동차 부품 1000개사를 미래차 부품사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5000억원의 미래차 관련 펀드를 활용해 연구개발(R&D)과 투자를 지원하고, 부품 성능이나 데이터 등을 축적해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시간이 촉박하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세부 방안을 즉각 실행해야 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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