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예비전력 6GW 수준…여력 있어"
연일 무더위·태양광 출력 저하는 변수
휴가 끝나는 내달 15일 이후 수급 촉각
전문가 "정부, 적극적 수요 관리 필요"
폭염과 산업생산 증가로 인해 이번주 전력수급 예비율이 한 자릿수 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전력수급 비상단계'까지는 진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온이 37도 이상으로 상승하고, 태양광 출력까지 떨어질 때에는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전문가는 다음달 15일 이후 특히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정지 중인 원전 재가동 일정을 앞당기며 전력공급 능력을 확대하고 나섰다.
한국전력거래소는 19일에서 오는 25일 평균 전력공급 예비율을 8.7%, 예비전력은 7.7GW로 전망했다. 가장 전력수요가 많은 날은 예비율은 6%대, 예비전력이 6GW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12일에서 18일 평균 전력공급 예비율은 15.4%, 예비전력은 12.3GW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예비율과 예비전력이 대폭 낮아질 예정이다.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예비전력이 5.5GW 미만으로 떨어졌을 때 전력수급 비상단계를 발령한다. 이번 주 전력수급 전망대로라면 비상단계가 발령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면 가정과 산업현장에서 냉난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령될 수 있다. 구름낀 날씨로 태양광 출력까지 떨어지면 예기치 못한 예비율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력거래소도 기상예보에 따라 비상단계 발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이번주 최고 기온을 35~36도로 보고 있는데 37도 이상 기온이 상승하고 태양광 출력이 떨어지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력수급 비상단계는 예비력에 따라 △1단계 준비(5.5GW 미만) △2단계 관심(4.5GW 미만) △3단계 주의(3.5GW 미만) △4단계 경계(2.5GW 미만) △5단계 심각(1.5GW 미만) 순으로 나뉜다. 전력수급 비상단계에 들어서면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우선 가정, 사무실, 공장 등에 냉·난방기기 사용을 중지할 것을 권고한다. 이후 단계별로 수요 관리를 강화하면서 최악의 경우 '순환단전'에 돌입한다. 순환단전은 전력 공급이 중단돼 복구가 불가능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예방하기 실시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2011년에는 9월 중순 늦더위가 닥쳐 공급 예비 전력이 3.34GW(예비율 5%)로 급락, 순환단전을 시행한 바 있다.
전문가는 당장 이달에는 적극적인 수요관리로 대응할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다음달 15일 이후 정부가 특히 전력 수요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다음 달 중순 휴가철이 끝나고 더위가 몇 주간 누적되면서 전력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수요 반응(DR) 제도 등을 활용한 적극적인 수요관리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요관리를 강화하면서 전력수급 비상상황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대학교 병원, 대학교 치과병원, 국공립 대학교를 제외한 954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낮 시간대 냉방기 사용을 중단·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또 계획예방정비 등으로 정지한 원전을 이달 중 순차적으로 재가동해 공급 능력을 확대 중이다. 신월성 1호기(1000㎿)와 신고리 4호기(1400㎿)는 오는 21일 각각 전출력과 계통연결에 도달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초 이달 말까지였던 신고리 4호기 계획 정비 일정이 일주일 앞당겨졌고, 신월성 1호기는 다음달 말까지 정비될 예정이었는데 이번 주부터 출력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번 주부터 전력공급이 추가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