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계획 인가 前 M&A 절차 추진
"결과에 따라 회사 가치 달라질 것"
HAAH오토모티브·에디슨모터스 등 유력
풍부한 자금력 바탕 中 기업도 '눈독'
국내 5대 완성차 회사 중 하나인 쌍용자동차가 또 다시 위태롭다. 코로나19 이후 위기설이 현실화되며 11년 만에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최근 기업 회생 절차를 위한 매각 공고를 내고 새 주인 찾기를 본격화했다.
시장 관심이 쌍용차 인수합병(M&A) 성공 여부에 쏠린다. 수만개 일자리가 달려있는 만큼 성공적 회생을 위해서는 안정적 투자자 확보가 먼저다. 작년부터 유력 투자자로 거론된 미국 HAAH오토모티브를 비롯해 국내 전기버스 회사 에디슨모터스가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밖에 전기차 회사 케이팝모터스나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익 채권과 투자 비용 등을 고려하면 현재 쌍용차 인수에 필요한 대금은 8000억∼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후 급변하는 미래차 산업 대응과 경영 정상화까지 막대한 추가 투자금이 필요할 전망이다. 쌍용차 자본 잠식률은 3월 말 기준 86.2%로 유동 부채가 유동 자산을 8432억원 초과한다. 인수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 자금 동원력과 향후 투자 의지 등 쌍용차를 가져갈 만한 능력이 있는지 철저한 검증을 거쳐 과거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쌍용차 다시 살아날까…앞으로 일정은
쌍용차 존속 가치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매각 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은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쌍용차의 계속기업 가치보다 청산 가치가 더 높다는 내용을 담은 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2009년 법정관리 당시에는 쌍용차의 계속기업 가치는 1조3276억원, 청산 가치는 9386억원으로 계속기업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쌍용차 청산 가치는 9820억원으로 조사됐다. 쌍용차가 유지될 경우 미래 수익을 따진 계속기업 가치는 6200억원으로 청산가치보다 3620억원가량 낮았다. 이 수치는 자동차 시장 전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른 조사기관 LMC의 전망치를 적용하면 쌍용차 계속기업 가치는 1조4350억원으로, 청산 가치를 4530억원 초과한다.
쌍용차는 이미 회생 계획 인가 전 M&A을 추진하고 있어 조사보고서 결과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쌍용차는 “현재 상황에선 빨리 인수 희망자를 찾아 M&A 절차를 마무리 짓고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이 결과에 따라 회사 가치는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원 등 인력 구조조정이 빠진 쌍용차 자구안에 대한 평가도 여전히 엇갈린다. 앞서 쌍용차는 직원 절반 2년 무급 휴직을 골자로 하는 자구안을 마련, 조합원 총회를 거쳐 노사가 지난달 14일 최종 합의했다.
쌍용차와 EY한영회계법인은 지난달 28일 쌍용차 매각 공고를 냈다. 이달 30일까지 인수의향서와 비밀유지 확약서를 접수한다. 인수희망자 중 심사를 통과한 후보를 대상으로 다음 달 2∼27일 예비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인수제안서를 받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이후 본 실사와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일정이다.
쌍용차는 내부적으로 9월 말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10월 말 가격 협상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매각 진행 상황과 법원 허가 후 구체적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쌍용차는 회생 계획 인가 전 M&A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법원이 회생 계획을 인가하기 전 M&A를 진행해 투자계약을 맺고 이를 바탕으로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쌍용차는 회생 계획안 제출 기한을 9월 1일까지 두 달 늦춰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이에 따라 실제 회생 계획안 제출은 10월 말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쌍용차 인수 유력 후보는
쌍용차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외부 자본을 유치할 계획이다. 그동안 쌍용차 인수 의향을 직·간접적으로 밝힌 곳은 총 6곳이다. 종전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 외에 에디슨모터스, 케이팝모터스, 박석전앤컴퍼니 등이다. 미국과 중국 업체 1곳씩도 입찰 참여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는 HAAH오토모티브다. 이 회사는 작년부터 실사 등을 통해 쌍용차 상황을 파악하며 세부 투자 계획을 세웠으나, 막대한 인수 자금에 부담을 느껴 최종 투자는 보류됐다. 미국에서 중국산 수입차 판매 사업을 주력하는 HAAH오토모티브는 중장기 전략으로 자체 브랜드 론칭, 현지 공장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어 쌍용차의 미국 진출을 도우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왔다. 다만 최근 임원들이 퇴사하는 등 경영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져 실제 참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에디슨모터스는 새로운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이 회사는 매각 공고와 동시에 가장 먼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 동원력에 대한 의문이 남지만, 에디슨모터스 측은 외부 투자를 통한 자금 조달 계획부터 향후 쌍용차 운영 계획을 철저히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안정적 자금력을 지닌 제3자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명이 공개되지 않은 글로벌 기업들이다. 지난 수년간 중국 기업들의 경우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외국 완성차 기업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전문으로 만들고 있고, 과거 상용차까지 생산한 이력이 있던 쌍용차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인수 과정에서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 여부도 관심사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투자자가 있어야 자금을 지원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투자자가 없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면서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쌍용차는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10월 유럽에 출시하고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중형 SUV 'J100(프로젝트명)' 개발 소식을 전하는 등 신차를 통한 성장 가능성을 어필하고 있다. 평택시와 평택공장 이전 및 전기차 대응을 위한 신공장 건설을 위한 공동 협력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매각 주간사와 함께 다수 인수희망자와 접촉하고 있으며, M&A 성공을 확신한다”면서 “M&A 외에도 자구 계획을 포함한 다양한 회생 방안을 검토하고 실행하고 있다. 반드시 정상화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