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업계 온실가스·미세먼지, 동시 감축에 시동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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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엽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산업환경그린딜사업단 부단장

최근 산업계 화두인 'ESG' 경영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영어 약자로, 비재무적 관점에서 기업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새로운 가치지표다. 그중 첫 글자가 환경이며, 글로벌 투자가 가장 집중되는 분야 역시 기후변화, 탄소배출 영역이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는 개인 건강과 재산뿐 아니라 산업 활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해외 투자사가 국내 기업 투자 회수와 지분 매각을 진행한 사례가 있는데, 석탄발전 프로젝트와 연관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계는 산업·수송·생활·발전 4대 배출원 중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배출함에도 불구, 아직 새로운 변화 대응에 역량이 충분치 않다. 산업계와 더불어 연구계의 적극적인 참여 노력이 절실한 때다.

그동안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 기술은 별개로 다뤄져 왔다.

에너지효율향상, 신재생에너지, 탄소포집 및 활용, 수소연료전지 등 온실가스 감축기술과 저공해 연소, 집진, 탈질, 탈황의 미세먼지 감축기술이 구분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한 시스템 내에서 두 감축기술이 동시 적용되면 상호 영향성은 어떠하며 정상적인 운용이 가능한가? 하나를 저감하기 위해 다른 하나가 증가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고민들은 이미 산업 현장에서는 활발히 논의되지만, 실제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상충(Trade-off) 관계를 이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산업용 보일러에서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한 저공연비 운전이 화염온도 상승을 초래해 배출가스의 질소산화물을 증가시킬 수 있다. 반대로 질소산화물 감축을 위한 배기가스 재순환(FGR)의 경우, 에너지효율을 낮추게 돼 온실가스를 증가시킨다. 또 반도체 생산공정에서도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은 온실가스 '불소화합물'을 제거하기 위해 고온 열분해를 가하면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증가시킨다. 공정 내 미세먼지 배출저감을 위한 대표적 환경설비 '선택적촉매탈질설비'를 가동할 경우, 온실가스는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노력이 서로 이율배반적 형태로 상충하는 경우가 매우 다양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빠르게 인식하고,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산업계의 이중고를 한 번에 덜 수 있도록 제조분야 온실가스-미세먼지 동시저감 기술개발사업에 착수했다. 기업, 대학, 연구소가 머리를 맞대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현장 실증까지 진행해 기술 완성도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사업 총괄 주관을 맡아 다양한 국내 연구기관과 대학들, 개발 제품을 양산할 공급기업, 현장실증을 실시할 수요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해 이번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대형 사업장뿐만 아니라, 유사기술이 공통 적용될 수 있는 4, 5종의 소형 사업장까지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미세먼지 이슈에 이제는 산업계가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나아가 대한민국의 2050 탄소중립 실현에까지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기술개발 성과들이 조속히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이창엽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산업환경그린딜사업단 부단장 cylee@kite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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