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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희 경제부 기자.>

한국 사회에서 저출산 현상은 감기처럼 안고 가야 하는 문제가 됐다. 인구 대책에 있어 출산장려보다 노동시장 충격 완화 요법이 주류로 떠올랐다. 정부는 인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출생아를 늘리기보다 경제활동을 유도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국민내일배움카드(직업훈련비 지원) 지급 대상을 확대하거나 공교육시간을 늘려 시장 참여를 유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대책도 궁색하다는 비판이 있다.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구 대책에서 '경제활동 인구'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40년 뒤 생산인구는 절반 이상으로 줄 것이 명확해서다.

학계는 한국사회가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상황에 처했다고 말한다. 다문화 가정 지원 등에 국한된 지원정책에서 탈피해 목표치를 정하고 외국인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현금 살포식 저출산대책도 효율성을 진단해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더이상 출산 인센티브로 젊은 세대를 설득하는 것은 효과가 적다.

실제 다수 전문가는 0.84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을 단기간에 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차기 정권에서는 정년 연장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당장은 일자리 확보 측면에서 청년의 반발이 거세더라도 장기적으로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인구감소는 세대 갈등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생산인구 감소는 노년부양비 부담 가중으로 이어진다. 고령층 연금 수령자는 증가하지만 정부 재원은 한정됐다. 기성세대가 이를 대체해 현 연금체계를 지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미래세대 부담이 더 커진다.

기성세대가 아이를 갖지 않는 청년에 이기주의 프레임을 씌우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젊은 세대는 '희망없는 현실을 되물리기 싫다'는 이타심을 주장할 것이다.

그러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설명이 또 되풀이된다. 취업전선을 뚫고도 부를 축적할 수 없는 시대에 가족을 꾸리는 것은 짐이고, 가족 구성원이 자리할 보금자리 논하는 지금도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답변이다.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대책도 지속해야 한다. 직업훈련으로 고령층의 시장 재참여 대책과 별개로 사회초년생이 적은 사회의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인구 지진'을 언급했다. 인구절벽 현상을 규모 9.0의 대지진에 비유한 것이다. 저출산으로 고령 인구 비중이 늘고 지속가능한 생산인구는 감소해 사회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는 병폐를 꼬집은 용어다.

한국 사회에 인구지진은 거스를 수 없는 순리가 됐다. 충격을 유연하게 수용하는 대규모 '방진 설계'에 주력해야 한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