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
100여개 중 일부 10개 항목만 공개
요건 충족해도 은행서 발급 거부 빈번
4대 거래소 "재계약에 큰 영향 없을 듯"
은행연합회가 실명확인계좌 발급 가이드라인 목적으로 시중 은행에 배포했던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항목이 공개되면서 가상자산거래소들이 냉랭한 반응을 쏟아냈다.
100여개에 달하는 전체 평가항목 중 논란이 예상되는 항목들을 제외하고 일부 10개 항목만 공개된 데다, 요건을 모두 충족해도 정작 은행에서 계좌 발급을 거부하는 사례들이 빈번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1일 신고수리를 준비 중인 A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공개된 평가기준에서도 중요한 항목은 대부분 빠져 있어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면책 요건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은행들이 당국 눈치를 보며 계좌를 내어주지 않는 똑같은 상황만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B가상자산거래소 역시 “은행연합회 역시 가이드라인과 은행 내부기준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는 공개된 기준을 충족해도 이유 없이 계좌를 내어주지 않는 면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실제로 해당 기준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C거래소의 경우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협의 중이던 은행 내부 평가기준을 모두 충족, 은행장 보고 단계까지 논의가 진척됐다. 사실상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종 단계에서 무산됐다. 요건 충족 여부와 무관하게 결국 정치적 판단에서 결과가 좌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비판 의견을 내놓은 거래소도 있다.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는 지난 7일 열린 한 가상자산 포럼에서 “많은 자금을 투자해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구축한 거래소들이 다수고, 금융위 현장 컨설팅과 신고 수리 이후 금감원 심사도 있다”며 “이렇게 할 거라면 신고수리 요건에 실명확인계좌를 둘 필요가 없다. 그냥 금융당국 검증을 통과한 사업자에게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게 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실명확인계좌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4개 거래소도 이번 평가항목 공개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수년간 은행과 계좌 발급 재계약을 맺어오면서 챙겨왔던 기준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별도로 준비할 것이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재계약을 낙관하고 있어, 자금세탁방지 목적으로 거래차단 대상 국가를 일부 확대하는 등 '굳히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코인원의 경우 이번에 공개된 필수요건 점검항목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10개 항목 중 가장 쟁점이 되는 평가기준은 '다크코인' 취급 여부 및 외부해킹 발생이력, 대표자 및 임직원의 횡령·사기 연루 이력 등이다.
코인원 측은 “코인원은 국내 주요 거래소 중 유일하게 설립 이래 단 한번도 다크코인을 상장한 적이 없다”며 “사업 초기부터 자금세탁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상장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메이저 거래소들에서 수백억원대 해킹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코인원은 외부 해킹 0건을 기록 중”이라며 “화이트해커 출신 차명훈 대표의 철저한 보안의식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