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N 이용해 콘텐츠 전송 결정
데이터트래픽따라 회선료 지불
통신사 망 가치 인정...협상 순항
넷플릭스·구글 다른 행보 눈길
디즈니플러스가 글로벌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이용, 국내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간접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확인됐다.
자체 네트워크 인프라를 보유하지 않은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통신사와의 마찰을 피하는 한편 최적의 콘텐츠 전송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디즈니플러스의 이 같은 결정은 망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망 이용대가 납부를 거부하는 넷플릭스와 다른 행보다. 디즈니플러스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망 이용대가 협상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
복수의 통신사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통신사에 OTT 서비스 출시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CDN을 통한 간접 방식으로 유상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망 이용대가 문제와 관련한 협상은 대체로 순탄하게 이뤄졌으며, 콘텐츠 대가 위주로 막판 조율이 진행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아카마이·라임라이트를 비롯해 아마존 클라우드프론트, 패스틀리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이용하고 있는 CDN을 국내에서도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다만 KT, LG유플러스 등이 직접 제공하는 CDN은 이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플러스는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CDN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 통신망 이용을 위해 별도 조건을 부여하지 않고 해외에서 이용하고 있는 CDN을 그대로 이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CDN은 글로벌 주요 지역에서 이용자와 가까운 거리에 서버를 두고 주요 글로벌콘텐츠사업자(CP)의 데이터트래픽 전송을 대행한다. 물리적 네트워크 전송 경로를 단축해 지연시간을 줄이며, 최적의 콘텐츠 품질 확보가 가능하다.
CDN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전송하기 위해 통신사와 직접 망을 연결하며, 통신사에 데이터트래픽 용량에 따라 전용회선료 등을 지불한다. 이에 따라 디즈니플러스는 CDN에 트래픽에 따른 이용요금을 유상 지불하고, CDN은 국내 통신사에 회선 요금을 지불하는 망 이용대가 간접 납부 구조가 확립되는 효과다.
통신사는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 유상 전송을 통해 망 유지·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일정 부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 2019년 11월 출시 이후 구독자가 1억명을 돌파, 데이터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샌드바인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2020년 2분기 기준 글로벌 동영상 트래픽 4.7%를 차지, 5위를 기록했다.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서비스가 확대되더라도 망 이용대가 관련 분쟁을 상당 부분 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 관계자는 11일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대로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다만 통신사와의 계약 관련 사항은 확인해 주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유력 글로벌 CP인 디즈니플러스가 망 이용대가 간접 납부 의사를 밝히면서 구글과 넷플릭스에 대한 망 이용대가 요구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각각 구글글로벌캐시(GGC)와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라는 자체 CDN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보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달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 1심 판결에서 CP가 자체 CDN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통신사 망에 직접 연결할 경우 유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