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유학 스타트업 '위기를 기회로'
글로랑, 온라인 키즈스쿨 플랫폼 '꾸그' 38억 투자 유치
트래블메이커스, 장기투숙 서비스 '호텔에삶' 월 매출 5억 돌파
둥글, 명품 e커머스 '파라스토어' 관부가세 없이 당일 배송
코로나19 장기화로 초기 비즈니스 모델에서 '사업 전환'(피벗)으로 성공 발판을 마련한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매출 제로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과감한 피벗으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다. 배경은 '제품-소비자 적합도'(PMF;Product Market Fit)였다.
글로랑, 트래블메이커스, 둥글 등은 코로나19로 비즈니스가 직격탄을 맞자 피벗을 결정했다. 피벗 후 서비스 출시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이전 매출을 단번에 회복하는 등 급성장했다.
온라인 키즈스쿨 '꾸그'를 운영하는 글로랑은 원래 해외 유학서비스 '유스'를 운영해 왔지만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개점휴업 상태였다. 당시 고객서비스 환불이 3개월 동안 이어지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황태일 글로랑 대표는 7일 “키즈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에 비해 디지털 산업화가 더딘 것을 알게 됐다”면서 “과감히 피벗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시작한 온라인 라이브 키즈스쿨 플랫폼 '꾸그'는 지난 5월 기준 활동 교사만 100명을 넘어섰고, 지난달 3000명이 넘는 학부모가 신규 가입했다. 최근 38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도 유치했다.
트래블메이커스는 여느 여행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큰 타격을 받았다. 우연히 사내 직원의 장기 투숙 문제를 고민하다 호텔에서 '한달살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호텔에삶'을 정식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해외 여행 대신 색다른 여행을 원하거나 서울에서 단기 거주가 필요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했다. 호텔에삶은 지난해 12월 이후 매월 2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월 매출 5억원 이상으로, 서비스 출시 반년 만에 매출 20억원을 돌파했다.
김병주 트래블메이커스 대표는 “약 3만5000개 객실에서 이용자가 3, 4성급 호텔에서 '삶'을 누리고 있다”면서 “'줌아웃' 피벗 전략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인이 여행 꿀팁을 알려주는 여행 소셜 플랫폼을 운영하던 둥글은 e커머스로 사업 모델을 변경했다. 둥글은 기존의 국내 프리미엄 고객과 신규 국내 소비자 대상으로 명품 e커머스 '파라스토어'를 지난 3월 베타 오픈, 운영하고 있다.
배송비, 관부가세 없이 명품 제품을 당일 배송해 준다. 최근 누적 거래액 2억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단기간에 성공적 피벗을 할 수 있게 된 데는 PMF에 대한 냉철한 고민, 신속한 검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난 제품이라 하더라도 시장의 요구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수는 없다. 이들은 최소 3개월 이내에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피벗'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황태일 글로랑 대표는 “시장 흐름에서 문제와 제품 간 '핏'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문준환 둥글 대표는 “냉철한 회사 장점에 기반을 둔 탄탄한 계획과 PMF를 맞추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김병주 트래블메이커스 대표는 “피벗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변화 속에서 '최소기능제품'(MVP)을 검증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표>피벗에 성공한 주요 스타트업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