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脫 메인프레임"...시중은행 모두 '유닉스 체제' 전환

'플랫폼 금융시대' 대응 어려워
2025년 이후 IBM 시스템 탈피
공급자→사용자 중심 환경 개편
코어뱅킹 클라우드 기반 고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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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KB국민은행 통합IT센터 종합상황실 전경. <출처: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지난 십수년 동안 사용해 온 메인프레임을 걷어낸다. 거대 레거시 시스템 체계를 핀테크 특유의 빠르고 유연한 확장성 높은 체계로 대체하기 위해 탈 메인프레임을 선언했다. 오는 2025년 이후 유닉스와 리눅스 기반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국민은행이 탈 메인프레임을 공식화함에 따라 국내 대형 시중은행의 코어뱅킹 핵심 시스템은 모두 유닉스 기반으로 전환된다.

1일 KB국민은행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25년 사용 계약이 만료하는 메인프레임을 대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4월 네이버클라우드에서 영입한 아키텍처 전문가 박기은 테크기술본부 전무가 키를 잡았다.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x86 기반으로 다운사이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탈 메인프레임을 선언함에 따라 시중은행 핵심 주전산기인 메인프레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미 신한은행이 2006년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환했다. 그 뒤를 이어 하나은행(2009년 5월), 농협은행(2009년 1월), 우리은행(2018년 5월)이 주전산기를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환했다. 신한은행은 계정계 시스템을 유닉스에서 x86으로 전환하는 차세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함께 메인프레임을 유지해 온 제주은행도 올해 말까지 메인프레임을 x86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사실상 국민은행이 마지막까지 메인프레임을 고수해 왔다.

국민은행은 메인프레임 채택을 놓고 과거 금융지주회장과 행장 간 갈등을 빚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어났다. 2014년에는 당시 유닉스 전환을 원한 지주회장과 메인프레임 유지를 주장한 행장 간 갈등에 따른 내홍을 겪기도 했다. 결국 회장과 행장이 동반 사퇴하고 정보기술(IT) 임원을 중징계하는 등 조직이 크게 요동치는 리스크가 발생했다.

당시 유닉스 전환은 백지화됐고, 2018년에 시작한 차세대 프로젝트 '더 케이'(The-K)에서 다시 한번 유닉스 전환을 시도했다. 결국 주전산 안정성을 이유로 막판에 메인프레임 유지가 결정됐다.

지난해 말 더 케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지만 이례적으로 탈 메인프레임 작업에 착수한 것은 더 이상 기존 시스템과 아키텍처로는 플랫폼 금융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내부 판단 때문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IBM이 2025년 이후 서비스 연장과 비용 감축 조건을 제안했지만 국민은행이 거절했다”면서 “급속히 변하는 금융 환경을 현 주전산기 체계에서 대응하기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탈 메인프레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인프레임 개발자 생태계가 크게 위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통 '계좌' 중심으로 짜인 시스템을 '사용자' 중심으로 개편, 공급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 금융으로 재편하기 위해서다.

또 메인프레임을 다운사이징하면서 코어뱅킹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키로 했다. 계정계 시스템을 필요에 따라 프라이빗과 퍼블릭 클라우드로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을 정도로 현재 추진하는 'KB 원 클라우드'를 한 단계 더 고도화한다는 복안이다.

이색적인 것은 그동안 은행에서 차세대 프로젝트로 명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내부 상시업무로 메인프레임 전환을 시작한 점이다. 시스템 전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특정 기간과 예산을 정한 후 전문 아웃소싱 기업을 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거대 테크기업인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내부 상시업무의 하나로 시스템 혁신을 추진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더 이상 외부 전문 인력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인력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시스템 고도화와 유지 개선을 추진해야 하는 시장 상황이 바탕으로 작용했다. 최근 국민은행이 상반기 인력 채용에 나서면서 디지털 인력을 대거 충원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뱅킹이 모든 산업 분야와 연결되는 새로운 금융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현 메인프레임 기반의 시스템 체계는 빠른 개발·서비스가 어려운 구조여서 플랫폼 금융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면서 “코어뱅킹 혁신, 이미 시작한 프론트엔드 단의 변화, 클라우드 고도화, 데브옵스·애자일 조직 운영이 선순환을 일으켜 '디지털 네이티브 뱅크'로 재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 주요 시중은행의 계정계 주전산기 교체 추이 (자료=업계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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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