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인텔 영광 되찾겠다"
발빠른 투자로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
엔지니어 수천명 채용 계획 수립
삼성전자·TSMC 등과 파트너십 구축
“인텔 'IDM 2.0' 전략의 핵심은 속도와 유연성입니다. 투자는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 어떤 고객도 품을 수 있는 유연한 조직과 사업 체계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새 CEO의 열정에 공감하며 직원들도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2월 취임했다. 그리고 100일도 지나지 않아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골자로 한 'IDM 2.0' 전략을 발표했다. 인텔은 미국 내에 200억달러 규모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또 미국 뉴멕시코주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반도체 연구개발(R&D) 거점 중 하나로 이스라엘을 선정하기도 했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는 이런 행보를 '전격전'으로 평가했다. 권 대표는 말뿐인 투자가 시장에 횡횡한 가운데 겔싱어 CEO가 재빠르게 움직이고 신속한 결실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략적 선행 투자는 속도가 굉장히 중요한데 CEO의 광폭 행보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러한 투자 결실은 2023년 7나노 칩 생산 등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인텔은 올해 인텔 반도체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또한 인텔의 인프라 투자의 결실이다.
대규모 자본이 인프라에 투자되다 보니 세간의 관심이 한쪽으로 몰린다. 그러나 인텔은 변화의 중심인 사람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기술의 인텔'이란 영광을 되찾으려면 엔지니어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인텔이 엔지니어 확보에도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권 대표는 “최근 인재 특히 엔지니어를 중요시하고 강화하고 있다”면서 “인텔은 올해 2000명가량을 이미 뽑았고 앞으로도 수천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와 인재 확보라는 속도전에 필적하는 게 유연성이다. IDM 2.0에 따라 미국과 유럽 중심 파운드리 투자가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권 대표는 “인텔이 전 세계 고객사를 지원하듯 파운드리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미 삼성전자와 TSMC 같은 파운드리 회사와도 장기적 파트너십을 확보했다. 경쟁사이지만 고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유연하지 않으면 다양한 고객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권 대표 생각이다.
인텔의 유연성은 인텔코리아 사업에도 녹아들었다. 권 대표가 2015년 인텔코리아 수장으로 올랐을 때 주력 사업은 PC와 서버 등 특정 제품에 한정돼 있었다. 지금은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사업 영역이 넓어지고 고객이 다변화됐다.
권 대표는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실험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국내 시장은 인텔의 소비 시장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인텔 역할 중 하나가 “한국 시장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이 인텔과 협업하면 세계 시장에 통용될 혁신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권 대표는 “앞으로도 한국의 혁신 기업과 인텔이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IDM 2.0의 외부 파운드리 확대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