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이준석 당대표 시대, 야권 빅4 대선후보 기상도는

제1야당 신임 당대표에 36세 청년 '이준석'이 이름을 올리면서, 향후 야권의 대선 판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그동안 정치패널로 활동하면서 시원한 사이다 발언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최근까지 주요 대선주자들을 향해 촌철살인을 날렸던 그가 당대표 자리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이 대표의 일명 '비빔밥 정치'의 공존 전략과 주요 야권 대선주자들간의 이해관계를 따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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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전당대회 결과 발표 이후 당기를 흔들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탄핵의 강과 윤석열 입당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출마 선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당대표 경선 기간 윤 전 총장이 주요 키워드로 거론됐고, 일부 친분을 과시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반면에 이 대표의 경우 '경선 버스 정시 출발론'을 주장하면서, 대선 경선에서 윤 전 총장을 배제한다는 공세를 받기도 했다.

이 대표의 대선 경선 기조는 '공정'과 '원칙' 그리고 '열린 문호'다.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이 늦어진다 해도 경선은 일정대로 시작할 것이다. 물론 이후에도 후보단일화 과정을 통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은 열어두고 있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당선이 윤 전 총장에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가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보다 윤 전 총장에 대해 경직된 모습이지만, 최근 그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국민의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대구 유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했다”며 당의 오랜 과제인 탄핵의 강을 정면 돌파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는 국민의힘 입당 관련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는 윤 전 총장 입장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실제 입당과 출마선언 시기는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적어도 입당의 문턱은 낮아진 셈이다.

지지층에서도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조합에 기대를 거는 반응이다. 두 인물 모두 원내 경험은 없지만, 그만큼 기존 정치색과 거리가 있고, 본인들의 활동 무대에선 명성을 알렸던 점이 상호보완적 역할로 지지율 확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바람이다. 변수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시기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절차 영향으로 윤 전 총장 입당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변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다. 최근 공수처는 옵티머스 사건 부실 수사 등의 혐의로 윤 전 총장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압박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윤 전 총장이 공식 행보를 늘리고, 빠르게 국민의힘 조직을 배경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이 입당할 경우 당 차원의 울타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입당해 활동하는데 공격이 들어온다면 (이를 해결할) 비단 주머니 3개를 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깝고도 먼 안철수와 합당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당대회로 잠시 중단됐던 야권단일화에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 반면 이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관계는 썩 매끄럽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시절 2018년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공천 갈등으로 불거진 두 사람간의 감정은 아직 남아있다. 여기에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표의 거친 입담으로 국민의당과 관계도 순탄치 못했다.

당대표 당선 이후 국민의당과 불편한 관계를 얼마나 빨리 회복 할 지 여부가 관건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안 대표의 경쟁력만큼은 인정한다. 감정은 감정일뿐, 제3지대 정치 구현과 단일화를 끝까지 이끌어 간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이 대표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동네 카페에서 차 한잔 모시겠다”며 화해 제스처를 보냈는데, 실제로 당선 다음 날 안철수 대표와 전격 회동했다.

이 대표와 국민의당 사이의 긴장감이 빠르게 풀어지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우선적으로 만나야 할 인사로 안 대표를 꼽기도 했다. 국민의당도 이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며 야권대통합에 열린 자세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야권단일화는 이변이 없는 한 기존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앞서 단일화를 추진하던 주호영 전 원내대표에게 합당 관련 중책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지금까지 진행해 온 단일화 판 자체를 뒤집지는 않을 태세다.

◇유승민의 거리두기와 홍준표 복당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가장 많이 받은 공세는 '유승민 계파'였다. 이 대표는 “애초 '유승민계'라는, 그런 상상 속에 거대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하며 선을 그었지만 관련 논란은 계속됐다. 유승민 전 의원(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유승민계'는 없다며 이 대표와의 거리두기를 했다. 하지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왔던 지적들로 이 대표와 유 전 대표 사이에 적절한 거리두기는 필요하게 됐다.

이 대표 당선으로 유 전 의원의 유불리를 따지기는 시기상조다. 다만, 이 대표가 탄핵의 강을 정면돌파 하고 있는 점은 유 전 의원에게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는 다른 대선주자 대비 남다른 이점을 가져 가기에는 보는 눈이 많은 상황이다.

홍준표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 입장에선 복당을 위한 기점이 마련됐다. 홍 의원 복당에 이 대표도 찬성 입장을 내비친 바 있고, 그동안 홍 의원과 많은 교류를 가졌던 배현진 의원이 최고위원에 오른 만큼 새 지도부 분위기도 어느 정도 갖춰질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 대표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재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점은 홍 의원에 있어 악재다. 그동안 홍 의원의 입당이 미뤄진 데에는 김 전 비대위원장 이유가 컸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재영입이 이 대표의 뜻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성사된다면 홍 의원 입장에선 입당 후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 대표는 홍 의원에 대해 “입당 문제에 관해 미리 이야기하겠지만, 그동안 여러차례 소통이 있었다”는 선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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