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신임 당대표에 36세 청년 '이준석'이 이름을 올리면서, 향후 야권의 대선 판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그동안 정치패널로 활동하면서 시원한 사이다 발언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최근까지 주요 대선주자들을 향해 촌철살인을 날렸던 그가 당대표 자리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이 대표의 일명 '비빔밥 정치'의 공존 전략과 주요 야권 대선주자들간의 이해관계를 따져본다.
◇탄핵의 강과 윤석열 입당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출마 선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당대표 경선 기간 윤 전 총장이 주요 키워드로 거론됐고, 일부 친분을 과시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반면에 이 대표의 경우 '경선 버스 정시 출발론'을 주장하면서, 대선 경선에서 윤 전 총장을 배제한다는 공세를 받기도 했다.
이 대표의 대선 경선 기조는 '공정'과 '원칙' 그리고 '열린 문호'다.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이 늦어진다 해도 경선은 일정대로 시작할 것이다. 물론 이후에도 후보단일화 과정을 통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은 열어두고 있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당선이 윤 전 총장에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가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보다 윤 전 총장에 대해 경직된 모습이지만, 최근 그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국민의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대구 유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했다”며 당의 오랜 과제인 탄핵의 강을 정면 돌파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는 국민의힘 입당 관련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는 윤 전 총장 입장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실제 입당과 출마선언 시기는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적어도 입당의 문턱은 낮아진 셈이다.
지지층에서도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조합에 기대를 거는 반응이다. 두 인물 모두 원내 경험은 없지만, 그만큼 기존 정치색과 거리가 있고, 본인들의 활동 무대에선 명성을 알렸던 점이 상호보완적 역할로 지지율 확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바람이다. 변수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시기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절차 영향으로 윤 전 총장 입당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변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다. 최근 공수처는 옵티머스 사건 부실 수사 등의 혐의로 윤 전 총장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압박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윤 전 총장이 공식 행보를 늘리고, 빠르게 국민의힘 조직을 배경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이 입당할 경우 당 차원의 울타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입당해 활동하는데 공격이 들어온다면 (이를 해결할) 비단 주머니 3개를 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깝고도 먼 안철수와 합당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당대회로 잠시 중단됐던 야권단일화에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 반면 이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관계는 썩 매끄럽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시절 2018년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공천 갈등으로 불거진 두 사람간의 감정은 아직 남아있다. 여기에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표의 거친 입담으로 국민의당과 관계도 순탄치 못했다.
당대표 당선 이후 국민의당과 불편한 관계를 얼마나 빨리 회복 할 지 여부가 관건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안 대표의 경쟁력만큼은 인정한다. 감정은 감정일뿐, 제3지대 정치 구현과 단일화를 끝까지 이끌어 간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이 대표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동네 카페에서 차 한잔 모시겠다”며 화해 제스처를 보냈는데, 실제로 당선 다음 날 안철수 대표와 전격 회동했다.
이 대표와 국민의당 사이의 긴장감이 빠르게 풀어지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우선적으로 만나야 할 인사로 안 대표를 꼽기도 했다. 국민의당도 이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며 야권대통합에 열린 자세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야권단일화는 이변이 없는 한 기존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앞서 단일화를 추진하던 주호영 전 원내대표에게 합당 관련 중책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지금까지 진행해 온 단일화 판 자체를 뒤집지는 않을 태세다.
◇유승민의 거리두기와 홍준표 복당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가장 많이 받은 공세는 '유승민 계파'였다. 이 대표는 “애초 '유승민계'라는, 그런 상상 속에 거대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하며 선을 그었지만 관련 논란은 계속됐다. 유승민 전 의원(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유승민계'는 없다며 이 대표와의 거리두기를 했다. 하지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왔던 지적들로 이 대표와 유 전 대표 사이에 적절한 거리두기는 필요하게 됐다.
이 대표 당선으로 유 전 의원의 유불리를 따지기는 시기상조다. 다만, 이 대표가 탄핵의 강을 정면돌파 하고 있는 점은 유 전 의원에게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는 다른 대선주자 대비 남다른 이점을 가져 가기에는 보는 눈이 많은 상황이다.
홍준표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 입장에선 복당을 위한 기점이 마련됐다. 홍 의원 복당에 이 대표도 찬성 입장을 내비친 바 있고, 그동안 홍 의원과 많은 교류를 가졌던 배현진 의원이 최고위원에 오른 만큼 새 지도부 분위기도 어느 정도 갖춰질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 대표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재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점은 홍 의원에 있어 악재다. 그동안 홍 의원의 입당이 미뤄진 데에는 김 전 비대위원장 이유가 컸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재영입이 이 대표의 뜻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성사된다면 홍 의원 입장에선 입당 후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 대표는 홍 의원에 대해 “입당 문제에 관해 미리 이야기하겠지만, 그동안 여러차례 소통이 있었다”는 선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