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이 DNA 혹은 유해를 우주로 보내는 '우주 안치 사업'에 도전한다. 위성과 발사체 등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 스타트업이 우주 서비스를 시작하는 첫 사례다.
스페이스스타는 미국 우주 안치 전문기업 셀레스틱스와 업무 협약을 체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다.
우주 안치는 고인의 유해 일부나 개인 소장품 등을 캡슐에 넣어 위성을 통해 우주로 보내는 서비스다. 미국 민간우주항공사 오비털 사이언스가 1997년 24명의 유해를 발사한 이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셀레스틱스는 2014년 반려동물 우주장례식을 시작한 데 이어 2018년 150명의 유해를 우주에 안치했다. 영화 스타트랙 제작자 짐 로덴베리, SF소설가 아서 클라크, 천문학자 마레타 웨스트 등 유명인사의 유해가 우주로 발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페이스스타는 총 4가지 서비스를 국내에 선보인다. 발사체에 실린 캡슐이 성층권에서 수분간 머무른 뒤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방식, 위성을 통해 지구 궤도를 돌거나 달 표면에 안치하는 방식, 심우주를 항해하는 방식 등이다. 궤도 비행 기간은 약 2~3년, 달 표면 안치와 심우주 여행은 사실상 영구적이다.
안치 비용은 셀레스틱스의 미국 현지 가격과 동일하다. 1g(그램) 기준 성층권 서비스가 2495달러(278만원), 지구궤도가 4995달러(557만원), 달표면과 심우주 여행이 1만2500만달러(1395만원)가량이다.
스페이스스타는 고객이 물품을 의뢰하면, 셀레스틱스에 전달한다. 타액이나 입안 상피 세포를 채취해 보내면 셀레스틱스의 현지 협력사가 DNA를 추출할 수 있다. 물품이 운반돼 캡슐에 담기고 위성에 탑재되는 과정은 모두 녹화돼 고객에게 전달된다.
스페이스스타는 국내 1호 우주 안치 물품을 셀레스틱스가 내년 6월 심우주로 발사할 엔터프라이즈호에 실을 계획이다. 다음달까지 첫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최종태 스페이스스타 대표는 “국내 첫 우주 안치를 위해 상징적 인물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추리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첫 대상은 고인이 아닌 저명 인사의 DNA를 보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민간 발사체 시장 개화로 발사 비용이 향후 어느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수년 내 캡슐 탑재를 위한 위성을 직접 개발, 자체 사업 구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