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하루 20만원씩 벌어다 줘'…이젠 해외선물 신종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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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해외선물 자동 매매로 수익을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업체의 HTS 프로그램.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을 이용한 금융사기가 기존 가상자산에서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가상자산 범죄 발각 사례가 늘어나고 최근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새로운 타깃을 노리는 신종 사기 수법이 등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특정 인공지능(AI) 자동 매매 프로그램을 활용한 해외선물 투자로 누구나 하루 최소 수십만원 수익을 보장한다며 홍보하는 유튜브 채널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 한 채널의 경우 출연자가 자동 프로그램을 사용해 수억원 상당의 고급차를 구입했으며, 지난 5개월 간 수익이 3억6000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투자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채널 구독자 수가 수천명에 달하고 댓글도 많게는 100여개 이상 작성되고 있어 검증된 기법으로 인지될 수 있으나, 실제로는 가짜 유튜브 계정을 통해 조작된 정황이 의심된다. 댓글을 작성한 계정 상당수가 계정 생성일이 최근 일주일 사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해 자동 매매 기능을 실행하면 누구나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자체 제작한 자동 매매 프로그램은 머신러닝 등 AI 기반 알고리즘이 반영된 기술이 아니라, 화면 좌표를 기억해 단순 매수·매도를 반복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임의 단순 반복 작업이나 대학교 수강신청 경쟁 등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AI 기술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HTS 역시 시중 증권사 HTS의 외양만 흉내 냈을 뿐 평범한 기능 대부분도 지원하지 않는 단순한 프로그램인 것으로 확인됐다. 초기 화면에서 제공하는 코스피나 다우존스 지수 역시 실시간 연동을 지원하지 못해 특정 숫자로 고정된 이미지로 대체돼 있다.

아울러 해외선물 거래 증권사는 '빅인베스트365'로 표기됐지만 금융감독원 금융투자업자 인가현황에 따르면 이와 같은 이름을 가진 업체는 등록된 적이 없다. 같은 이름을 가진 홈페이지 역시 프로그램 다운로드 링크만 제공할 뿐 회사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게시되지 않은 상태다.

투자업계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이와 같은 투자 상품은 '대여계좌' 변종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투자자가 해외선물 상품에 투자하려면 많게는 수천만원 이상 위탁증거금이 필요한데, 업체가 우선 계좌를 튼 후 개인들로부터 소액 투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방식이다. 통상 30만∼50만원 증거금으로도 선물 거래가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정식 등록된 해외선물 증권사 계좌 이외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모든 대여계좌는 불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해외선물 등 복잡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설 도박사이트나 마찬가지”라며 “투자자가 수익을 보더라도 업체 측에서 접속을 끊고 잠적하는 경우도 잦아, 투자자들이 실제로 돈을 벌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