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6월 태블릿 신제품으로 격돌한다.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태블릿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애플은 PC 못지않은 고성능 제품으로 삼성전자는 가격 부담을 낮춘 보급형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재택근무, 영상회의, 원격수업 등 다양한 활용도에 따라 태블릿 제품군 모델 구성도 다변화했다. 셀룰러 모델에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타일러스 펜 기반 필기 입력과 전용 키보드 등 액세서리로 콘텐츠 창작 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대화면에 초고화질 영상 편집 작업을 원하는 전문가부터 간단한 노트 필기와 동영상 강의 시청이면 충분한 학생까지 수요에 따른 선택의 폭을 넓혔다.
◇극과극 가격차…300만원부터 20만원대까지
애플이 1일 국내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 5세대 기본 출고가는 99만9000원이다. 이보다 앞서 선보인 기본형 아이패드(44만9000원)와 비교하면 두 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가벼운 콘텐츠 소비가 목적인 일반 사용자보다 창작 활동에 태블릿을 활용하는 전문가를 겨냥했다.
12.9인치 디스플레이에 2TB 저장용량, 5G 셀룰러 버전을 선택하면 300만9000원으로 고성능 노트북 못지않은 높은 가격을 자랑한다. 애플 자체 보증 상품인 애플케어 플러스를 가입하면 16만9000원이 추가된다.
필기 입력을 위한 애플펜슬 2세대는 16만5000원으로 별도 판매다. 트랙패드가 포함돼 아이패드 프로를 노트북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신형 애플 매직 키보드는 38만9000원, 커버 형태로 장착해 휴대할 수 있는 스마트 키보드는 19만9000원이다. 최고 스펙에 주요 액세서리 등을 모두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373만2000원에 이른다.
반면에 삼성전자가 이달 중 국내 선보일 예정인 갤럭시탭S7 FE(팬에디션)와 갤럭시A7 라이트 예상 출고가는 각각 80만원대, 20만원대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한다. 태블릿 시장 독보적 선두 애플을 추격하기 위해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비율)'에 집중, 외연 확장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갤럭시탭S7 FE는 기본 패키지 구성품에 S펜이 포함돼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정품 북커버 키보드 케이스 역시 3만~4만원대로 애플 액세서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통상 예약 판매 기간 북커버 키보드 케이스를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제품 구입 때 소비자가 체감하는 비용 차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능 격차는 노트북 vs 보급형 스마트폰
애플 아이패드 프로 5세대와 삼성전자 갤럭시탭S7 FE·갤럭시탭A7 라이트는 주요 소비자층이 다른 만큼 성능 격차도 확연하다. 애플이 태블릿과 노트북 경계를 허무는 수준에 근접했다면 삼성전자는 태블릿 본연의 휴대성과 간편함에 초점을 맞췄다.
아이패드 프로 5세대에 탑재된 M1 칩은 애플 맥북과 데스크톱 PC인 맥미니, 아이맥에 적용된 것과 동일하다. 애플이 처음으로 자체 설계한 칩셋으로 두뇌 역할을 하는 8코어 중앙처리장치(CPU)와 8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을 위한 16코어 뉴럴 엔진이 하나로 통합됐다. 연산 능력은 물론이고 전력 효율성도 향상됐다.
아이패드 프로 5세대에 적용된 '리퀴드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는 최대 1600니트 밝기를 지원하며 명암비는 100만대 1이다. 12.9인치 모델은 기존 LED보다 120배 작은 미니LED 1만개를 배치, 화면 내 영역별로 각기 다른 밝기를 구현하는 '로컬 디밍' 기술이 적용됐다. 화면 주사율을 120㎐까지 자동 조절하는 '프로모션' 기능도 지원한다.
삼성전자 갤럭시탭S7 FE는 보급형 스마트폰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750G를 채택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갤럭시탭S7 보급형 버전으로 갤럭시 태블릿 제품군 가운데 첫 FE 모델이다.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 영역에서도 플래그십과 중저가 시장을 동시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갤럭시탭A7 라이트는 엔트리(최저가)급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미디어텍 헬리오P22T를 탑재했다. 8.7인치 디스플레이로 한 손에 들고 간편하게 영상을 시청하거나 E북·PDF 등을 읽는데 최적화됐다. 고성능 게임을 실행하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초·중·고교 원격 수업 등에 참여하기에 큰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생산성 높이는 태블릿 앱 생태계
애플 아이패드 프로 강점은 높은 생산성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다. M1 칩이 적용되면서 맥OS 환경에서만 이용 가능했던 상당수 전문 프로그램이 유니버셜 앱 형태로 아이패드 프로에서도 설치할 수 있도록 개방되는 추세다.
후면에 장착된 1200만화소 와이드 카메라와 1000만화소 울트라 와이드 카메라, 라이다(LiDAR) 스캐너를 활용해 고화질 영상을 찍고 아이패드 프로 5세대에서 바로 편집이 가능하다. 충분한 하드웨어 성능이 갖춰짐에 따라 루마퓨전 등 모바일 전용 앱은 물론이고 전문 영상 편집 도구인 파이널컷 프로 등도 차후 태블릿용으로 이식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이패드 프로 5세대 최대 40Gbps 유선 연결 대역폭을 제공하는 썬더볼트도 적용됐다. USB-C 커넥터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고용량 자료 이동이 가능하다. 프로 디스플레이XDR에 연결하면 6K 해상도까지 온전히 지원한다.
갤럭시탭S7 FE는 PC와 유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구현된 덱스 모드로 노트북처럼 사용 가능하다. 기존 PC에 연결, 확장형 추가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세컨드 스크린 기능도 지원한다. S펜과 연동해 부드럽고 선명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와 칸바 앱 등도 선탑재했다. 모바일 메모 앱 노트쉘프도 무료 제공한다.
기존 갤럭시 에코 시스템과 연동성도 장점이다. 스마트폰과 삼성 계정으로 연결, 태블릿에서 문자를 확인하거나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 활성화된 갤럭시 기기 간에는 텍스트나 이미지를 쉽게 복사해 붙여넣는 것도 가능하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