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융사들이 일제히 녹색채권 발행과 친환경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등 녹색금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뉴딜정책에 부응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선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기업으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하기 위한 차원이다. 서울에서 열린 P4G 정상회의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금융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면서 ESG를 핵심 경영기조로 삼은 국내 금융권의 행보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녹색채권을 발행하고 친환경·ESG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등 녹색금융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녹색채권으로 친환경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물론 일반 금융 고객에게도 친환경 관련 상품을 선보이면서 이 분야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올해 국민은행 1000억원, KB증권 1100억원 규모 녹색채권을 발행한데 이어 국내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1100억원 규모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KB금융은 ESG경영 중장기 로드맵으로 오는 2030년까지 현재 약 20조원 규모인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KB 그린웨이 2030'을 수립했다. 신재생에너지와 녹색산업 등 친환경 투자·대출 규모를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 분야 금융 주선, 펀드 결성 등 친환경 사업 시장을 선도해 금융분야에서 '그린 리더십'을 확고히 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예금, 신탁, 카드 등 3가지 친환경 특화상품으로 구성된 'KB 그린웨이브 1.5℃ 금융상품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신한금융그룹은 ESG 성과관리 체계를 마련해 실질 경영활동에 ESG를 내재화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고탄소 배출 기업·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는 축소하고 친환경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친환경 전용상품(카드 포함)과 보증 대출 5546억원, 신규 친환경인프라PF 7697억원, 친환경 투자 1조2500억원 신규지원 등 녹색 투·융자 복합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2018년 2000억원 규모 그린본드를 발행한 후 지난해 말 기준 총 3조7500억원 규모 지속가능금융 채권을 발행했다. ESG 분야 스타트업을 전략적으로 발굴·지원하는데도 나섰다.
하나금융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ESG 채권 발행 25조원, ESG 여신 25조원, ESG 투자 10조원 등 총 60조원의 ESG 금융 공급을 목표로 삼았다. 친환경 사업과 사회문제 해결에 광범위하게 ESG 금융 지원을 실시할 방침이다. 최근 하나캐피탈이 3000억원 규모 ESG 채권을 발행했다.
이달부터 그룹 차원의 '애쓰지(ESG)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며 MZ세대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ESG 분야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ESG 경영체제로 완전히 전환하기 위한 'ESG 트랜스포메이션 2025' 비전을 마련하고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골자로 한 '그린 임팩트 금융'과 친환경 농업과 농식품 기업을 지원하는 '농업 임팩트 금융'의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아문디자산운용과 협력해 농협금융 전 계열사에 걸쳐 ESG 투자 적극성을 높이는 방안에도 나섰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이후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대출 약정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 중심 금융주선과 투자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또 신용평가사 ESG 인증 최고등급을 획득했으며 지난달 지주 설립 최초로 2000억원 규모 ESG채권을 발행했다. 우리은행은 2019년부터 꾸준히 원화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며 녹색금융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