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한 명 없다고 조직이 안 돌아가진 않아….”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소수의 능력보다는 조직 전체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졌다. 리더나 조직 내 능력자 부재가 조직 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 등 조직을 돌아봐도 시스템화가 정착됐음은 쉽게 알 수 있다. 장관이 없다면 차관 중심으로 정부 업무는 진행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오너가 자리를 비웠다고 해서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은 없다. 사업도 투자도 계획대로 진행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고의 정상회담'이었다고 표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돌아봐도 그렇다. 두 정상은 171분 동안의 회담을 통해 반도체, 배터리, 미래차, 바이오, 원자력 등 첨단 산업 부문의 양국 간 협력을 강화했다. 미사일 지침 해제와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지급, 북핵 공조 등 안보 부문 협력도 이뤘다.
두 정상이 이같이 합의하기 전에는 양국 간 실무진, 기업 간 협상이 있었다. 정상회담은 이 같은 실무진·기업 협상을 정상들이 한자리에서 발표하는 '이벤트'라 봐도 무방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리더의 부재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대통령은 그저 정부 시스템이 마련한 무대의 주인공일 뿐일까.
정부나 기업 등 조직이 시스템화한 것은 분명히 효율적인 발전이다. 다만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 리더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 부처도 기업도 위기 상황 속에선 리더 부재가 뼈 아플 수밖에 없다. 정부 부처가 괜히 힘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을 원하는 게 아니다.
리더는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굳이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과 영국의 윈스턴 처칠 등을 언급하지 않고 문 대통령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정부 방역, K-방역의 최종 결정과 책임은 문 대통령 몫이었다.
우리는 방역과 경제 부문에서 여전히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에 20조원 이상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의 '오너리스크'도 여전하다. 경제계와 종교계, 여당과 야당,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청이 문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결정과 책임 또한 문 대통령의 몫이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