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국산 하이브리드차 출고 기간이 최장 6개월까지 길어지면서 토요타를 비롯한 수입 하이브리드차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이번 반도체 위기가 불매운동으로 부진했던 토요타와 렉서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차는 우수한 친환경성과 경제성으로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지난달 기준 1만649대가 등록되며 작년 동기 대비 44.1% 증가했다. 전체 신차 사용 연료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다.
다만 올해 2분기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본격화되며 시장 성장을 견인하던 국산 하이브리드차 출고 기간은 기존보다 2~3배 이상 길어졌다. 수요가 높은 차종일수록 출고는 더 미뤄지고 있다.
가장 최근 출시돼 신차효과를 기대했던 기아 K8 하이브리드(HEV)는 출고까지 4~5개월이 소요되며 특정 옵션을 넣으면 연내 출고가 불투명하다. 기아 K5 HEV 역시 7~8주를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 쏘나타 HEV는 신규 주문 시 4~5주, 그랜저 HEV는 5~6주 이상 소요된다. 투싼 HEV는 출고 일정을 잡지 못해 별도 고지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출고 지연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업계 일각에선 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수입 하이브리드차로 옮겨갈 수 있단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수입차 가운데 가장 많은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보유한 토요타와 렉서스의 수혜가 예상된다.
토요타는 전 세계적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도 다른 브랜드보다 비교적 재고에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가 반도체 수급 영향을 덜 받는 것은 부품 공급망 개선 작업 덕분이다.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부품 공급망 붕괴를 경험한 토요타는 재고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토요타 본사는 대다수 브랜드가 반도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을 작년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토요타는 국내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캠리를 비롯해 아발론, 시에나, 프리우스 등 7종에 달하는 제품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 중이다. 지난해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은 88%에 달한다.
지난달 토요타가 국내에 출시한 시에나는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미니밴으로 시장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시에나는 가솔린 기반 하이브리드 모델로 최대 14.5㎞/ℓ 복합 연비를 제공한다. 수입 미니밴으로는 이례적으로 출시 첫 달 145대를 출고했고 누적 계약 대수도 500대를 넘어섰다.
18일부터 판매에 돌입한 캠리도 쏘나타나 그랜저 HEV를 대체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8세대 캠리 부분변경 모델인 뉴 캠리는 디자인 개선은 물론 예방 안전 기술, 편의 장비를 대폭 강화했다. 복합 연비는 LE 기준 18.5㎞/ℓ에 달한다.
토요타 판매도 서서히 회복세를 기록 중이다. 토요타 올해 1~4월 누적 판매량은 1881대로 작년 동기 대비 13.7% 증가했다. 토요타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 성장세는 더 뚜렷하다. 같은 기간 렉서스는 2806대를 판매해 51.2% 성장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