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설계·공정·파운드리 진입 전략 일환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 기여
박정호 부회장, M&A 가능성까지 언급
반도체 먹거리 발굴·수익 창출 팔걷어
SK그룹이 토종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 투자에 참여했다. SK그룹이 SK하이닉스의 주력인 메모리와 함께 차세대 칩 설계 및 공정, 파운드리 등 다양한 반도체 영역에 진입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특히 열악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토종 반도체 IP 스타트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에 30억원을 투자한다. SK그룹은 중국 최대 벤처캐피털(VC)인 레전드캐피털과 합작해서 만든 'SL캐피탈'을 통해 이 회사 투자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SL캐피탈은 SK하이닉스 임원을 지낸 인원들로 구성됐다. 이번 투자에 SK그룹의 반도체 투자 전략이 상당 수준 반영됐을 것으로 해석된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반도체 IP를 주력으로 만드는 업체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IP는 칩 내부를 구성하는 블록 관련 핵심 설계도면으로 칩을 만드는 회사에 필요하다.
오픈엣지는 ARM 아성에 도전한다. 이미 메모리 시스템용 IP를 세계적인 메모리 업체에 공급하고 있고, 사람의 신경망을 모방한 신경망처리장치(NPU) 핵심 IP를 개발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메모리 IP를 만드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최근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마감했다. 이 투자에 현대자동차그룹, 산업은행도 참여해 큰 관심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의 잇따른 반도체 투자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의 금호석유화학 전자재료사업부 인수, SK실트론의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인수 등이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이들 업체는 주로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활용되는 재료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최근 차세대 소자 설계 기술이 있는 회사들에 잇따라 투자를 하면서 반도체 사업 전반으로 투자 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올해 초 실리콘카바이드(SiC) 소자 기술을 보유한 예스파워테크닉스(YPT)에 이어 오픈엣지테크놀로지까지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오픈엣지테크놀로지 투자는 SK하이닉스와의 차세대 메모리 설계 협력은 물론 열악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최근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발표하며 인수합병(M&A) 가능성까지 언급, SK그룹의 전방위적 반도체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반도체 관련 미래 먹거리 발굴과 수익 창출을 위해 반도체 분야에서 다방면으로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반도체 수직계열화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