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무선접속기술(오픈랜) 확산에 대한 주요 7개국(G7) 합의가 일단 불발됐다. 외교가에서 벌어진 치열한 막후 협상의 내막을 알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영국·일본은 중국의 네트워크 장악 견제를 위해 오픈랜 확산을 서두르려 했고, 다른 국가도 공감은 했지만 완벽한 의견일치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게 정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픈랜 가능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겠다며 '포커페이스'를 취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운용체계(OS)를 개방형 소프트웨어(SW) 표준으로 구축하고, 하드웨어(HW)는 화이트박스 형태로 가져가겠다는 구상은 이상적이다. 그러나 안정성이 생명인 5G 네트워크에 적합하게 구현될지 의문이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의 고민은 클 것이다. 미국·영국·일본은 오픈랜을 국제정치 문제와 연계한 새로운 5G 이통 네트워크 패러다임으로 추진한다. 우리나라가 초기부터 대열에 합류해 '베팅'하는 게 옳을 수도 있고 무리한 초기 투자보다 글로벌 흐름을 살펴 대세를 보고 합류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오픈랜에 대해 우리의 속내를 성급하게 내보이지 않더라도 기술에 대한 준비는 철저히 했으면 한다. 유선 분야에서 오픈랜과 유사한 방식인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는 확산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보면 오픈랜이 기존 네트워크 패러다임을 전면 대체할 것인지에 대해선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글로벌 시장에서 지분을 확대할 공산은 높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이통사와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를 보유했다. 경쟁력을 살려 빠르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기술 확보와 표준화 대응에 있어서 만큼은 선제 전략을 수립해서 대응해야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