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복(박보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로 실험실에서 태어난 복제인간이다. 서복의 세포는 유도만능 줄기세포(IPS세포)가 생산되도록 설계돼 있다. 서복의 IPS 단백질로 인간의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사건 이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중단됐으나 서인이라는 기업이 인간복제 실험을 진행해 서복을 만들었다는 설정이다.
연구소 설립자, 정부, 대기업, 테러집단 등은 서복이라는 희귀한 존재를 차지하려고 죽고 죽인다. 서복은 실험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생긴 강력한 뇌파로 본인을 이용하려는 존재를 모두 제압한다.
영화 '서복'은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첫 번째 한국 영화로 화제가 됐다. 그간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는 많았지만 영화 속에서 복제인간은 우주전쟁을 수행하거나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해 주기 위해 만들어진 대체재였다. '서복'은 복제인간을 인간 죽음을 정복할 수 있는 열쇠로 표현한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영생이 현실에서 가능할까. 현실에서는 유전자 조작과 복제인간 창조 행위가 철저히 금지돼 있다. 인간의 존엄이 얽힌 윤리적 문제가 발생해서다.
대표적으로 '인간이 또 다른 인간 유전자를 임의로 바꿀 권한을 갖는 일이 합당한가' '유전학적으로 만들어진 복제 인간에게 장기 기증을 강요하는 것은 타당한가' 등의 문제다. 황우석 박사 연구도 난자를 이용한다는 데에 있어 '언제부터 인간인가'와 '난자에 칼을 대는 일은 낙태가 아닌가' 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법적, 윤리적 제한에서 수명 연장은 텔로미어(telomere)에 대한 연구로 나아가고 있다. 텔로미어(telomere)는 염색체 양팔 각각의 말단부에 존재하는 특수한 입자다. 세포분열이 반복될수록 텔로미어는 점점 짧아져 결국 소실된다. 이는 세포노화 등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추측된다.
질병 관리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은 원하는 DNA를 찾아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CRISPR)'에 돌아갔다. 유전정보를 원하는 대로 개선할 수 있어 수명 연장을 위한 위대한 발견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수명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길어지고 있는 현재, '수명 연장이 과연 유의미한 일인가'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삶의 질보다 그 길이에만 집중하는 시스템은 자칫 유한한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간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는 일이 될지 모른다.
서복이 영생을 살기 위해 연구실로 돌아가 주사를 맞기보다 죽을 줄 알면서도 자신의 뿌리를 찾아 납골당에 가는 장면에서 우리는 인간이 유한한 존재일 때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 본인 의지가 들어가 비로소 의미가 부여됨을 확인할 수 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