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테크인터내셔널이 러시아에 원통형 배터리 생산 거점을 설립한다. 오는 2025년 상업 가동 이후 2030년까지 1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시설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러시아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현지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에너테크는 올 상반기 중에 러시아 자회사 '에너테크 러시아'(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현지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의 일환이다. 첫 해외 생산 거점 확보와 함께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러시아 공장은 올해 말 착공해 2025년 상업 가동을 시작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2GWh 규모다. 이후 추가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연간 10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10GWh는 전기차 16만대 분의 배터리(60㎾h 용량 기준)를 생산할 수 있다.
러시아 공장은 원통형 배터리 생산 설비를 갖춘다. 원통형 배터리는 그동안 비(非) 전기차 배터리를 주로 채택해 왔다. 그러나 직경 21㎜, 높이 70㎜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가 테슬라 모델3에 탑재된 후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18650(직경 18㎜, 높이 5㎜), 21700(직경 21㎜, 높이 70㎜) 배터리가 독자 규격을 갖추고 있는 데다 생산성이 높아 전기차 배터리 가운데 수익성이 가장 좋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미국 테슬라와 리비안에 21700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전기차 적용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원통형 배터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테크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해 왔다. 올 하반기에 NCM811(니켈 80%, 코발트 10%, 망간 10%) 배터리를 첫 상용화하고, 미국 딜리버리밴 모델에 공급할 예정이다. 현재 NCM811 배터리 제작이 가능한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배터리 업체 가운데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는 에너테크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러시아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수요를 확보하고 'K-배터리'의 러시아 시장 진출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테크를 인수한 로사톰은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40%를 ESS 등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에너테크 관계자는 “NCM811 파우치 배터리의 오랜 제조 기술을 발판 삼아 원통형 배터리 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