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은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무관한 듯 싶지만 갑자기 자기 일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에 받은, 어느 코인이 더 유망할 것 같냐는 질문이 그런 셈이다. 경영대학에 있다니 해본 질문이겠고, 짐짓 웃고 넘겼지만 누군가에겐 자못 심각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실상 이것은 꽤나 그럴 듯한 질문이기도 하다. 시장 진입 순서가 정해진 어느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묻는 것이라면 말이다.

세상에는 언제나 새로운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단지 매번 새 원리를 만들어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익숙한 원리로 해석할 수 있는 조금 다른 문제로 바꿔 보는 것이다. 마치 유인 우주선 프리덤 7의 발사 궤적을 찾는데 구닥다리 오일러공식으로 길을 보여 준 것처럼 말이다.

어느 시대나 어느 시장이나 개척자는 있는 셈이다. 이 개척자는 한동안 시장 지배자가 된다. 그러나 이윤 남는 시장이라면 곧 경쟁자가 뛰어들 것이고, 이때부터는 생존경쟁이다. 그리고 실상 이 게임의 법칙은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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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만일 시장 자체가 와해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결과의 많은 부분은 생각보다 상황과 전략이 지배한다. 그 가운데 첫째는 무임승차 가능성이다. 명망을 받게 됐든 핵심 자원이 됐든 개척자가 첫 발자국을 디뎌서 챙겨 둔 것이 크고 많을수록 후발자가 뒤집기는 쉽지 않다.

둘째는 분명히 차이 나는 기술이다. 기존 선두주자보다 획기적 기술이 있다면 뒤집기에 유리하다. 그러나 이런 기술 차이가 없다면 선발주자에게 자리를 내놓으란 요구는 쉽지 않다.

셋째는 사용자 취향이다. 규제 탓이든 다른 이유든 이것이 바뀔 때 재빨리 대응하면 후발주자엔 기회가 된다. 종종 선발자에게는 기존 시장이라는 족쇄가 채워져 있다. 실상 지금부터 100여년 전 소비자 취향이 진저 에일에서 콜라로 변할 때 덕 본 이들 가운데 하나가 다름 아닌 코카콜라였다.

넷째는 시장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 누가 시장이 신뢰할 만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고 있고 기대하는가라는 맥락으로 바꿔서 비춰 보면 그럴 듯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종종 진입 순서가 많은 것을 말할 때가 있다. 선발자 이익이라 불리는 이것은 일종의 태생적 권위로 볼 수 있다. 진입 순서가 시장 점유율과 다름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짐짓 이 시장 해석에 다른 이론도 필요할 법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꽤나 많은 시장과 제품 카테고리는 이런 특징을 보여 왔다. 그리고 우리는 몇 차례나 새로운 승자로 손을 바뀐 것을 봐 왔다.

한때 마쓰시타전기는 '마네시타덴키'(maneshita denki)로 불리기도 했다. 선두자리를 뺏겼지만 어느새 “장점을 잘 본뜬 제품”을 내놓는다는 뜻의 별칭이었다. 좀 과장하면 마쓰시다전기가 가장 잘나가던 시절은 이 '마네시타전기'라고 불리던 때라고도 한다.

경영이란 항상 새로운 질문에 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당신이 받게 된 그 질문이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코인이 됐든 다른 것이 됐든 혁신의 역사가 말해 주는 것은 각자의 경쟁전략이 실상 자신의 생존과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물론 이곳에 그런 전략을 실행할 만한 주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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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