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운오리새끼 공유킥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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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기자

출근길에 인도에 널브러져 있는 공유 킥보드. 보행에 방해가 되고 도시 미관에도 좋지 않다. 도로의 불청객 공유 킥보드를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지난 2017년 미국 스타트업 버드(Bird)가 공유 전동킥보드를 처음 선보였다. 이후 라임, 우버 등 복수의 경쟁업체가 가세하며 미국 주요 도시에 수많은 공유 킥보드가 공급됐다. 이용자가 급증했지만 인도 곳곳에 방치됨에 따라 보행자에게 불편함과 위험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샌프란시스코시는 2018년 6월 모든 업체의 공유 킥보드 서비스를 금지했고, 로스앤젤레스시도 공유사업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는 교통 체증이 가장 심한 도시였다. 시 당국은 차량 정체로 말미암은 사회적 손실을 완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도 도움이 되는 공유 킥보드의 가치를 점차 인정했다. 이후 주정차·주행 관련 법을 정비해 규제를 하나둘 없애고, 산업 활성화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공유 킥보드는 2018년 9월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했다. 교통 체증이 심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유용했다. 현재 수도권에만 업계 추산 6만대 이상의 공유 킥보드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공유 킥보드의 불법 주정차 민원이 급증하자 문제 해결을 위해 견인조치 카드를 꺼냈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오토바이에 준하는 견인비 4만원을 공유킥보드 운영업체에 부과한다. 사용자가 주정차 구역을 정확히 준수하도록 운영업체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미국과 우리 정부의 신산업을 바라보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다.

공유 킥보드는 공유 자전거와 함께 서울시의 고질적인 교통 체증은 물론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순기능도 분명히 한다. 스마트시티 시대에는 승용차 위주 교통 체계를 보행자, 자전거, 대중교통 등으로 분산해야 한다.

업계에선 자전거도로와 공유킥보드도로를 차도·보도와 입체적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유 킥보드를 견인하기에 앞서 업체와 주정차 데이터를 공유하고 전용 주차장을 설치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도심 외곽에 주정차 구역을 몰아 놓으면 최종 목적지에서 멀어져 사업 자체가 위축될 것이다.

아직 뾰족한 대안은 없다. 스마트시티 시대를 맞아 백조를 꿈꾸는 공유 킥보드. 미운오리새끼가 되지 않도록 업계와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가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해 봤으면 한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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