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CI(크레딧인슈어드)펀드에 대해 투자자 2명의 배상비율을 각각 69%와 75%로 결정했다. 신한은행이 투자자 성향을 확인하지 않고 사실과 다르게 가입서류를 작성했고 내부통제와 투자자보호 노력이 소홀하다며 신한은행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하고 신한은행 라임CI펀드 투자자 2명에 대해 이같이 배상비율을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분조위는 나머지 투자피해자에 대해 이번 배상기준에 따라 40~80% 배상비율(법인은 30~80%)로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앞서 분조위가 손해배상을 결정한 무역금융펀드와 우리·기업은행이 판매한 국내 라임펀드에도 사후정산 방식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분조위는 심의에 오른 2건 모두 신한은행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투자자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펀드가입을 결정한 후 공격투자형 등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해 적합성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또 신용보험에 가입된 무역금융 매출채권 외의 다른 투자대상자산에 대한 투자 가능성 등을 설명하지 않고 안전성만 강조해 설명의무를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내부통제 미흡, 투자자보호 노력 소홀 등으로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분조위에 부의된 일반투자자 A씨 사례의 경우 원금보장을 원하는 고령자였으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 작성해 위험상품을 판매했다. 불완전판매 여부를 점검하는 모니터링콜도 부실했다. 분조위는 75% 배상을 결정했다.
B법인에는 원금과 확정금리를 보장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가입금액 3억원보다 더 높은 5억1000만원으로 안내하는 등 문제가 발견돼 69% 배상을 결정했다.
분조위는 영업점 판매직원의 적합성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기존 분쟁조정 사례와 동일하게 30%를 적용했다. 여기에 본점 차원의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 등을 고려해 배상비율에 25%를 공통 가산했다. 판매사 책임가중사유와 투자자 자기책임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라임CI펀드의 환매 연기된 설정액은 2949억원이다. 이중 미상환액 2739억원(458계좌)에 대해 72건 분쟁이 접수됐다.
이번 조정 결과를 신한은행과 신청인이 20일 안에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현재 관련 수사중이어서 수사와 재판결과에 따라 계약취소 등으로 재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조정결정문에 반영됐다.
신한은행이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면 오는 22일 열리는 진옥동 행장과 신한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서 우리은행이 분조위 결정을 수용해 소비자 피해 구제 노력을 인정받아 징계 수위가 한 단계 낮아진 사례가 있다. 신한은행도 징계 수위 경감을 위해 조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대위는 분조위 분쟁조정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분쟁조정 배상비율 산정시 자기책임비율을 20%대로 정해 최고 책임비율 상한액이 80%에 그쳐 '불완전 분쟁조정'이라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배상비율 최고상한 80% 설정은 치매환자, 초고령자에게까지 20% 책임을 묻는 방식”이라며 “지금까지 분쟁조정에서 피해자들이 80% 상한 설정을 받아들인 것은 민사소송 장기화를 회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용한 것일 뿐이며 배상비율 최고상한 80%는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