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대선 판도가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양강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4·7 재보선 결과로 여야 전세가 역전된 상황에서 정당별 전당대회 직후 펼쳐질 경선을 앞두고 후보들 행보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야권에선 제3지대 신당 창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양강구도가 3파전으로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 윤석열 전 총장,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등 주요 대선 주자 대권 행보가 이번주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4·7 재보선을 마치고 약 열흘간 정치권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되면서 내년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자가격리를 마친 후 정상 활동에 복귀했고, 정 전 총리는 총리직을 사퇴하며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는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조직이 정비되는 5월께 정치인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장 앞서고 있는 후보군은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다. 두 인물은 최근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1위를 다투고 있다.
이 지사는 민주당이 재보선에 패배한 이후 한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단하는 등 잠시 잠잠했던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자가격리 영향도 있겠지만 선거 패배에 성찰의 모습을 보이고, 향후 대권 행보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었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특히 여당 내 유력주자가 된 만큼 인상적인 정치적 메시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이 지사는 재보선 이후 첫 정치적 메시지로 코로나19 관련 경기도 차원의 독자백신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사의 이 같은 구상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반대로 무산됐다. 정치권은 28일 열리는 기본소득박람회에서 이 지사의 대선 관련 또 다른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윤 전 총장은 아직 휴식기를 유지하고 있다. 5월께 대선 출마를 위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야권 정계개편 방향이 변수다. 윤 전 총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여야 모두 당내 개혁이나 구조 변화를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언급, 정치권 내부 정돈이 어느 정도 이뤄진 후에 운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 전 총장 관련 야권 제3지대 신당 창당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만 이를 위한 금태섭 전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만남은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지지율 하락이 계속되는 이 전 대표는 반전의 계기를 모색하는 상황이다. 한때 40%를 넘나들며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이 전 대표 최근 지지율은 4~5% 수준으로 다른 군소후보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재보선 패배로 선대위원장으로서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도 부담이다. 이 전 대표는 여권 지지자 결집을 통해 지지율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말해 승부수를 띄웠다. 이번주부터는 정치적 기반인 호남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 일정을 진행한다.
정 전 총리도 총리직을 사퇴하고 대선전에 뛰어든다. 옛 지역구인 종로구를 찾아 주민들을 만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산 사저' 기념관도 찾을 예정이다. 여권 내에서는 이 전 대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정 전 총리가 새로운 친문의 대권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