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대화 기록은 민법상 공유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14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이루다' 관련 데이터법과 인공지능(AI) 윤리 이슈 토론회에서 “이루다 사건에서 문제가 된 카카오톡 대화 기록은 특정인 혼자만의 기록이 아닌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 개인정보”라면서 “이는 민법에서 규정하는 공유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대화 기록에 관한 개인정보 지위를 판단할 때 공유물에 관한 민법 조항을 참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법은 공유자 간 공유물에 대한 지분이 균등하며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 수익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같은 법리를 카카오톡 대화 기록에도 준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구 변호사는 “AI가 사회적 맥락, 정서적 이해 등 인간 활동에 아직 미치지 못하는 현상은 학습 데이터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뛰어난 AI를 보유할 때까지 이루다와 같은 AI가 많이 출현하고 사회적 훈련을 도와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루다 사건 이후 법적, 윤리적 논란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공유됐다.
정경오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AI 활용과 부작용 방지 등에 관한 전담 부처를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AI 윤리 기준만 하더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4차산업혁명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여러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발표되고 있다”면서 “AI 주제를 선점하기 위한 부처 간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AI 시대에 대비한 전담부처 지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양천수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 거버넌스 측면에서 개선책을 모색하자고 제시했다. 개인정보에 관한 동의 규칙을 완화하고 보상 규칙을 강화할 것,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반대 급부를 강화할 것, 과학기술을 활용해 동의를 실질화할 것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개발사 측 개인정보보호 의식과 프라이버시 감수성에 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애의과학 서비스와 별개의 서비스인 이루다 개발에 데이터가 이용된 점, 대화자 일방만의 동의로 데이터를 수집·이용한 점은 모두 특별한 정당화를 요한다”면서 “서비스 개발 단계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충분히 의식했다면 현재와 같은 논란 대부분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루다는 AI 시대 개인정보보호법이 서비스 준비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으로 검토돼야 할 기본 규제가 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데이터를 이용해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할 때 프라이버시 측면을 유의하지 않는다면 이용자와 사회 신뢰를 얻을 수 없고 법적 책임 유무와 관계없이 서비스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는 법무법인 린,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공동 주최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