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HBO의 휴머노이드로봇 드라마 '웨스트월드'는 2016년 시즌1이 HBO의 역대 시청률 기록을 경신했고 작년에 방영된 시즌3까지 총 9개 '에미상'을 수상했다. '웨스트월드' 흥행 성공은 탄탄한 구성과 레이첼 우드, 앤소니 홉킨스 등 배우들 열연이 중요한 이유였지만 시즌 1이 방송되기 직전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에서 이기면서 높아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 큰 공헌을 했다. 알파고 승리는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능력을 초월하는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할 수 있는지, 도달한다면 언제 가능할 것인지, 그리고 특이점 도달 이후 인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뜨거운 논의를 불러일으켰고 이러한 관심이 '웨스트월드' 성공에 기여했다.
1993년 베노 빈지(Vernor Vinge)가 인공지능이 특이점에 도달하게 되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기술의 폭발적 발전이 이루어져서 종국적으로는 인류 종말을 초래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한 후 레이 커즈웨일, 닉 보스트롬, 맥스 테그마크 등이 특이점 도달 후의 사회가 유토피아가 될 것인지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켜왔다. 또 이와 같은 맥락에서 스티븐 호킹과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미래 인류 생존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스티븐 핀커, 마가렛트 보덴과 같은 학자들은 인공지능이 특이점에 도달해 슈퍼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가 출현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인공지능이 특이점에 도달하더라도 그 시기는 매우 먼 장래가 될 것이고 시점도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인공지능이 특이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도달한다면 과연 언제 할런지는 앞으로도 계속 논의가 이루어지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인공지능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우리 삶에 미치는 인공지능 역할도 빠르게 증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렉사, 시리 등 퍼스널 어시스턴트 활용의 일상화, 자동차 자율주행 기능 확대, 인공지능을 통한 취업과 금융 대출 결정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은 우리 삶에 빠른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직면한 인공지능과 관련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웨스트월드'에서 볼 수 있는 휴머노이드로봇 출현 여부가 아니라 알고리즘 편향성, 불완전성으로 인해 우리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이 불공정하고 신뢰할 수 없게 결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는 민간단체, 대학, 기업 등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관련된 투명성,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인공지능 규범을 제안했고 2019년 국제기구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인공지능원칙(OECD Principles on Artificial Intelligence)'을 통해 '인간 중심의 인공지능사회' 구현을 위한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국제사회 공동노력을 권고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국가와 기업 모두 인공지능을 통한 자국, 자사의 경쟁력 제고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고 인공지능 알고리즘 투명성, 공정성,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OECD인공지능원칙'의 실질적인 집행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만일 인공지능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능만 강조되고 인간 중심의 기술구현이라는 목표를 잃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사생활 침해, 불공정, 불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 등 인공지능 기술이 초래한 부작용 확대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가는 상황에서 정부, 기업, 개발자, 이용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OECD인공지능원칙' 실현에 동참하는 글로벌 환경이 조성돼서 투명성, 공정성, 책임성이 보장되는 '인간 중심의 인공지능사회'가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suny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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