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지금까지 총 139건의 혁신금융서비스가 지정됐다. 이 가운데 78건 서비스가 시장에서 테스트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총 108건의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는 전체 규제 샌드박스의 32%에 해당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모래놀이터에서 유래했다. 혁신성이 인정되는 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 기업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금융산업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대해 금융법상 인허가 및 영업행위 규제를 최대 4년 동안 적용을 유예하거나 면제해 주는 규제 특례를 부여한다.
지금까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지정된 혁신금융서비스를 살펴보면 먼저 금융생활 편의성을 제고하고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해외주식에 0.05주나 0.2주 등 소수 단위로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단돈 1만원으로 해외 우량주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물건을 고른 후 기계에 얼굴을 인식시켜 결제할 수 있는 안면인식 결제서비스도 있다. 여러 금융회사의 한도 및 금리 등 조건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대출을 선택, 대출이자를 절감할 수 있는 온라인 대출 비교·모집 플랫폼도 이용할 수 있다.
또 핀테크나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는 혁신금융서비스도 있다. 57개 핀테크 기업이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송금·결제, 인증, 인슈어테크, 자본시장 등 금융의 모든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별도의 장치 없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결제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 보호자가 보험에 가입한 후 산책 등 건강증진 활동을 한 경우 동물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어 펫보험을 활성화하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 사례로 금융 분야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암호화기술 등 혁신 기술이 활용되는 사례도 많다. AI를 통해 기업이 보유한 특허 가운데 기술력 가치를 평가해 금융기관·투자자 등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이 정보를 특허담보대출이나 투자 유치에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또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이 플랫폼 사업을 직접 영위하거나 플랫폼사업자와 협력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은행이 음식배달 플랫폼 직접 운영으로 플랫폼에서 수집된 음식점 매출이나 리뷰정보를 활용,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소상공인의 자금 공급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혜택을 주는 서비스가 있다. 또 여러 은행의 금융 의심 거래 정보를 분석해서 보이스피싱이나 대출사기 등을 예방하고 안전운전을 하면 보험료를 돌려주는 등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서비스 등이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핀테크기업과 금융회사가 금융시장 및 금융소비자 대상으로 새로운 금융서비스 사업성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나 해외 진출 등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되는 효과가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획일적 금융서비스로 선택권이 제한적이었지만 다양하고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금융 접근성은 높아지고 금융비용은 줄어들면서 자산 증대 기회까지 얻는 효과가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범운영 사례가 축적되고, 그로 인해 규제가 변화되며, 변화된 규제가 다시 혁신 금융서비스 출시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금융규제 제도 개선의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 cms@sd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