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SK 배터리 분쟁 종지부의 최종 수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져갈 전망이다. 양사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LG와 SK의 미국 투자를 지켜내고,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해온 지식재산권 보호도 더 힘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 금지를 결정한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을 뒤집은 사례가 없어 거부권 행사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고민의 대상이 안 된 것은 아니다.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던 SK가 미국에서 사업 철수라는 강수를 둘 경우, 수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조지아주 정치권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종용해왔던 이유다.

또 지역 일자리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등 미국 내 다른 산업과도 연결된 문제였다. 포드와 폭스바겐은 SK 미국 공장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해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사업 차질 등 타격이 불가피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확대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상황이었다.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정책도 틀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지식재산권을 강조해온 기존 입장이 훼손된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 분쟁의 근거를 '지식재산권 보호'에 두던 상황이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딜레마를 풀 수 있는 최선의 탈출구는 LG와 SK 간 합의였는데, 극적 협상으로 미소를 짓게 됐다.

총리실 등 우리 정부도 비공식 채널 등을 통해 중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총리가 지난 1월부터 대외 메시지를 낼 정도로 양사 합의를 촉구했고,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회의에서도 양측 배터리 분쟁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부의 '합의 압박'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 측면에서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 간의 분쟁이 해외 행정부에 의해 최종 해결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미국서 소송이 시작된 점을 제외하더라도 그간 양사가 로비에 들인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 등 외신들은 LG와 SK의 합의에 대해 일자리 창출과 미국 내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원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