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탐지 정보를 신속하게 사용자에게 알려주면서 가격은 저렴한 초소형 웨어러블 홀로그램 센서가 개발됐다.
공장 유독가스, 보일러 일산화탄소 유출로 인한 사고나 맨홀 청소 도중 유독가스 질식사 등 인명피해를 줄이는데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노준석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통합과정 김인기 씨 연구팀과 김영기 화학공학과 교수·통합과정 김원식 씨 연구팀이 메타표면과 가스 반응형 액정 기술을 접목해 외부로부터 유해가스가 유입되면 즉각 홀로그램 형태 시각 알람을 눈앞에 띄울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현재 석유화학 공장 등 위험 환경 현장에 상용 가스센서 보급률이 낮다. 상용 가스센서가 복잡한 기계와 전자장치로 이뤄져 비용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상용 가스센서는 사용법이 복잡하며, 휴대성이 떨어지고,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한계도 있다.
연구팀은 빛 굴절률을 제어해 보이는 물체를 사라지게 하는 '투명망토'를 구현할 수 있는 메타표면에 주목했다. 메타표면은 빛을 자유자재로 제어해 양방향 홀로그램이나 3D 영상 이미지를 전송하는 데도 활용된다.
메타표면을 활용해 외부에서 가스가 유입되면 센서 소자 내부 액정 층에서 액정 분자 배열이 바뀌고 이를 통해 변화되는 편광 빛을 활용해 단 몇 초 만에 알람 형태 홀로그램 이미지를 공간상에 띄울 수 있는 가스센서를 개발했다. 기존 상용 가스센서와 달리 외부 기계나 전자 장치 도움이 필요치 않다.
이번에 개발한 센서는 200ppm 정도 극미량 가스도 감지할 수 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보드마커를 가스원으로 사용한 실제 실험에서 마커를 센서에 가져다 댄 순간 즉각적으로 홀로그램 경고 알람이 눈앞에 뜨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플렉서블·웨어러블 형태 가스센서를 구현하기 위해 나노복합재 단일 프린팅 공정을 개발했다. 기존 딱딱한 기판 위에서 가공되던 메타표면 구조를 곡면이나 유연 기판에서 한 번의 프린팅만으로 빠르게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 공정을 통해 제작된 플렉서블 센서는 보안경에 스티커처럼 부착하면 가스를 탐지, 홀로그램 알람을 띄울 수 있다. 애플, 삼성, 구글, 페이스북 등에서 활발히 개발 중인 안경 형태 AR 디스플레이 시스템과도 연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변에 노출된 가스 또는 생화학 물질의 종류와 농도까지 홀로그램 알람으로 띄울 수 있는 고성능 환경 센서를 개발 중이며, 다양한 홀로그램 이미지를 인코딩할 수 있는 광학 설계 기법도 연구하고 있다. 이런 연구가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생화학 물질이나 가스 누출로 인한 사고를 줄이는 데에 활용할 수 있다.
노준석 교수는 “초소형 웨어러블 형태 가스센서는 소리나 단순 불빛 알람 신호보다 더욱 직관적인 홀로그램 형태의 시각 알람을 제공한다”며 “급박하게 돌아가는 작업 환경에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 글로벌프론티어, RLRC 지역선도연구센터,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세종펠로우십 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