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는 하이브리드카 시장 선구자다. 국내에 하이브리드카가 생소했던 2006년 RX 400h를 출시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지난 15년 간 다양한 모델을 지속 투입하며 하이브리드카 저변을 확대했다. 지난해 팔린 렉서스 가운데 하이브리드카 판매 비중은 전체의 98%에 이른다. 국내 모든 브랜드 가운데 전동화 비중이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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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뉴 LS. / 정치연 기자

이번에 시승한 뉴 LS는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렉서스 하이브리드 기술의 정점에 선 플래그십 세단이다. 2017년 5세대 출시 이후 첫 부분 변경을 거쳐 지난달 국내 판매에 돌입했다. 1989년 1세대 출시 이후 30년 이상 이어진 렉서스 LS 고유의 DNA인 정숙성과 안락한 승차감을 극대화했고, 예방 안전 기술 등 첨단 기술을 집약해 상품성을 높였다.

호불호가 뚜렷한 뉴 LS 외관 변화는 크지 않다. 기존 모델이 워낙 파격적이고 미래 지향적 디자인이어서 지금 막 나온 신차 느낌이다. 초대형 세단답게 차체는 길고 넓다. 전장이 5.2m, 축간거리가 3.1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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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뉴 LS. / 정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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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뉴 LS. / 정치연 기자

렉서스 상징이 된 과감한 스핀들 그릴은 L자 형상을 강조한 헤드램프와 조화를 이뤄 존재감을 나타낸다. 쿠페를 연상시키는 측면 실루엣도 멋스럽다. 달빛을 콘셉트로 한 신규 외장 컬러 루나 러스터를 포함해 총 열 가지 컬러를 고를 수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두툼한 시트가 몸을 감싼다. 쇼파에 앉은 것처럼 푹신하고 편안하다. 운전자 중심 설계가 돋보인다. 운전기사를 두는 쇼퍼 드리븐 카 대신 직접 운전대를 잡는 오너 드리븐 카로도 손색이 없다. 뒷좌석에는 무려 22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는 오토만 시트를 적용해 항공기 일등석에 앉은 것 같은 착좌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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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뉴 LS 실내. / 정치연 기자

실내 거의 모든 부분은 가죽으로 마감했다. 타쿠미라고 불리는 렉서스 장인들의 오랜 숙련 기술과 고급 질감 소재가 어우러져 높은 감성 품질을 만들어 냈다.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주변 코너처럼 굴곡이 심한 부분에도 깔끔한 가죽 마감과 스티치를 넣는 등 디테일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다.

직관적 주행 정보를 제공하는 24인치 대형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주목된다. HUD는 다양한 주행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주행 시 빈번한 시선 이동을 최소화한다.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운전석 쪽으로 더 가까이 이동해 조작성을 높였다. 다만 최신 차량임에도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을 지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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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뉴 LS 운전대. / 정치연 기자

이번 시승은 가솔린 모델 LS 500과 하이브리드 모델 LS 500h를 번갈아 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먼저 LS 500을 몰았다. V6 3.5ℓ 트윈 터보 가솔린에 10단 변속기를 얹어 최고출력 422마력, 최대토크 61.2㎏·m의 넘치는 힘을 뿜어낸다.

제원상 수치에서 알 수 있듯 LS 500의 가속 반응은 폭발적이다. 페달을 밟는 만큼 시원스러운 가속력을 선사하지만, 스포츠 성향이 강한 요즘 세단들과 다르게 묵직한 움직임으로 운전자에 안정감을 전달한다. 복합 연비가 7.9㎞/ℓ 수준에 불과하고, 실제 연비도 높지 않다는 점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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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뉴 LS 앞좌석. / 정치연 기자

LS 500h는 V6 3.5ℓ 가솔린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합했다. 엔진 최고출력은 299마력으로 모터를 더한 시스템 총 출력은 359마력에 이른다. 최대토크는 35.7㎏·m다. LS 500과 비교하면 출력이나 토크가 다소 떨어지나 2.3톤의 차체를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속도를 높이는 주행 감각도 경쾌하다. 복합 연비는 9.6㎞/ℓ다. 시승 당일 도심 위주 주행 시 9㎞/ℓ,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 11㎞/ℓ 정도를 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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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뉴 LS 뒷좌석. / 정치연 기자

승차감은 렉서스답게 한없이 부드럽다. 창문을 닫으면 외부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모터와 엔진을 저단부터 개입하도록 개선한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유연한 변속 감각과 뛰어난 정숙성을 보여준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AWD)과 전자 제어 에어 서스펜션은 급격한 코너나 울퉁불퉁한 요철에서도 렉서스만의 우수한 주행 안정성과 안락함을 제공한다.

안전은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기본 가치다. 뉴 LS는 사고 위험을 줄이는 예방 안전 기술 패키지인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를 탑재했다. 차로 이탈을 막는 차선 추적 어시스트와 센서로 속도와 거리 등을 조절하는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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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뉴 LS 연비 라벨. / 정치연 기자

새롭게 추가한 어댑티브 하이빔 시스템은 블레이드 스캔 기능을 넣었다. 12개의 LED 칩과 고속으로 회전하는 반사경을 내장해 섬세한 상향등 점멸로 야간 주행 안전성을 높였다. 충돌방지 보조 기능을 추가한 후측방 제동 보조 시스템(RCTAB)은 후진 시 레이더가 후측방 사각지대로 접근하는 차량을 감지, 위험을 알리고 브레이크 제어를 통해 충돌을 방지한다.


정숙성과 안락한 승차감을 지닌 초대형 하이브리드 세단을 원한다면 뉴 LS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다. 기사를 두고 타거나 직접 운전하기에도 괜찮다. 가격은 LS 500 1억2740만~1억5200만원, LS 500h 1억4750만~1억6750만원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