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웍스, 삼성에 DDI·터치IC 등 공급 추진

LX그룹으로 계열분리 앞두고
LGD 넘어 고객사 확장 나서

5월 공식 출범하는 LX그룹 핵심 계열사인 실리콘웍스가 삼성과 협력한다. 국내 최대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인 실리콘웍스는 그동안 LG디스플레이에 디스플레이용 반도체를 공급하며 성장했다. 실리콘웍스는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이끄는 LX그룹으로, 계열 분리를 앞두고 고객사 확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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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G그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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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

실리콘웍스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디스플레이드라이버IC(DDI)를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DDI는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반도체다. 적녹청(RGB) 화소들을 제어하는 디스플레이 주 부품이다. 실리콘웍스의 삼성 스마트폰 DDI 공급은 처음이다. 횟수로는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지만 이보다 앞선 모델은 중국에서 만든 OLED 패널 문제 때문에 공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웍스는 또 삼성디스플레이에 펜 입력을 구현하는 터치IC 납품도 추진하고 있다.

실리콘웍스와 삼성디스플레이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30일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폰 적용을 목표로 실리콘웍스의 터치IC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면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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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사진=전자신문 DB>

실리콘웍스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의 협력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실리콘웍스는 그동안 LG디스플레이 핵심 협력사였기 때문이다.

실리콘웍스가 삼성과의 밀월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삼성 파운드리를 이용하기 시작한 이후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진입하며 협력 관계가 깊어졌다. 실리콘웍스는 삼성과 LG그룹 간 협력이 많지 않았던 만큼 그동안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키파운드리 등 파운드리 업체를 이용해 DDI를 생산해 왔다.

특히 실리콘웍스와 삼성 간 협력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파트너 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짙어 주목된다. 코로나19 여파로 반도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DDI도 마찬가지로 2분기 DDI 가격은 1분기보다 10~20% 인상됐다.

삼성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OLED용 DDI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와 매그나칩이 납품하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수급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추가 납품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게다가 매그나칩은 최근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LG그룹에서 분리돼 독자 생존해야 하는 실리콘웍스와 DDI 공급처 다변화 및 안정화가 필요한 삼성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새로운 판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리콘웍스는 LG와 삼성을 모두 거래처로 확보하는, 산업계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도 DDI 다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리콘웍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실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웍스는 삼성과의 협력에 대해 “고객사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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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웍스는 LG디스플레이를 통해 TV, 스마트폰, 노트북 등 완제품에 DDI를 공급하며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국내 최대 팹리스 업체가 됐다. 1999년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합병되면서 하이닉스반도체가 됐을 때 LG반도체에 있던 일부 연구 인력이 나와서 설립했다. 2014년 LG그룹 지주사인 ㈜LG에 인수됐다. 실리콘웍스는 지난해 매출 1조1618억원, 영업이익 942억원을 기록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