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시장' 진출..."200억달러 투입, 美 공급망 개편"

팻 겔싱어 'IDM 2.0' 전략 발표
신규 팹 2개 짓고 별도 사업부 가동
'반도체 자립' 바이든 정부에 호응
아시아 업체와 주도권 경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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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23일(현지시간) 200억달러 투자와 파운드리 시장 진출 등을 골자로 한 IDM 2.0 전략을 발표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IDM 2.0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온라인 생중계 캡처>

'반도체 거인'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다. 인텔은 별도 파운드리 사업부를 꾸리고, 200억달러를 들여 미국 내 신규 반도체 팹 2개를 짓기로 했다. 이 신규 팹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추진한다.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업체(IDM)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면서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의 관련성이 깊다. 인텔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선봉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4일 인텔의 차세대 'IDM 2.0' 전략을 발표하면서 애리조나에 2개의 파운드리 팹을 구축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인텔은 세계 최대 중앙처리장치(CPU) 제조 업체다. 다른 설계 회사의 칩을 대신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소규모로 영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독립적인 파운드리를 새로운 사업 모델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겔싱어 CEO는 인텔 내에 별도의 파운드리 사업부를 꾸리고 란디르 타쿠르 박사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통상 인텔 각 사업부는 부사장급 인사가 총괄한다. 그러나 사장급 인사를 파운드리 수장으로 앉힌 것은 그만큼 인텔이 이 사업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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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애리조나 팹42. <사진=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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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팹 구축 후 각종 경제효과. <사진=인텔>

겔싱어 CEO는 파운드리 사업을 위한 신규 팹 구축에 20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지난해 인텔 설비 투자액(143억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인텔은 3000개 이상의 일자리, 3000개 이상의 건설 고용, 1만5000개 이상의 장기적인 지역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겔싱어 CEO는 인텔의 최적 설계자산(IP) 포트폴리오로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를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겔싱어 CEO는 “X86, ARM, 리스크-파이브(RISC-V) 기반 IP를 구축해 차별화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아마존 등 기업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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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겔싱어 CEO는 반도체 제조 역량의 80%가 아시아에 몰려있어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인텔>

겔싱어 CEO는 사업 진출 배경으로 '파운드리 수급 불균형'을 들었다. 특히 삼성전자, TSMC, UMC 등 첨단 파운드리 시장의 80% 이상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는 점과 반도체 수요가 미국과 유럽에서 집중적으로 늘고 있고 이들의 자립화 움직임이 가파르게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인텔은 미국과 유럽 고객사를 주요 타깃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의 이번 발표는 미국 정부가 야심에 차게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선봉' 역할을 자처한 선언이기도 하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육성 기조와 큰 연관이 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반도체 공급망 재검토' 행정 명령을 승인하면서 반도체 칩을 직접 들어 보이며 미국 반도체 자립화를 역설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 결정은 이러한 바이든 정부 기조에 즉각 대응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인텔 측은 “바이든 행정부 및 애리조나주 정부와 협력해 경제 부문에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미국 정부의 핵심 이니셔티브 지원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인텔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입으로 아시아 파운드리 업체와 미국 파운드리 업체 간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예고됐다. 또 미-중 무역분쟁 과정에서 반도체 중심 제재로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이 어떤 외교 전략을 펼칠지 주목된다.

인텔은 이날 업계의 관심을 끈 외부 파운드리 활용 전략도 공개했다. 갤싱어 CEO는 2023년에 출시될 차세대 CPU의 경우 TSMC와 협력해서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겔싱어 CEO는 “7나노(㎚) 이하 극자외선(EUV) 공정 활용도가 개선되고 있다”면서 “TSMC, 삼성전자, UMC, 글로벌 파운드리 등 외부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해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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